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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팡 하트셔틀

Posted October. 06, 2012 0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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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2학년 A 군(서울 양천구)은 요즘 밤낮없이 한 시간마다 고등학생인 동네 형에게 애니팡 하트를 상납하고 있다. 실수로 하트를 보내지 않거나 늦을 때는 여지없이 독촉 메시지가 날아온다. A 군은 잘 때도 수업 시간에도 하트를 보내야 하니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다며 애니팡 때문에 아무것도 할 수 없을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5일 현재 회원수 1700만 명, 하루 1회 이상 게임 사용자 1000만 명을 돌파한 스마트폰 게임 애니팡. 하지만 폭발적인 인기와 함께 부작용을 호소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학교폭력에 사용하는 빵 셔틀(빵을 나르는 학생)에 비유해 애니팡 하트 셔틀이란 말까지 등장했다.

애니팡이 고통으로 변하는 이유는 게임 한 판을 할 때마다 1개씩 하트가 필요하기 때문. 처음 시작할 때 5개밖에 주어지지 않아 금방 동이 난다. 하트를 구하는 방법은 8분마다 1개씩 생기는 하트를 기다리거나, 돈을 주고 사야 한다. 아니면 남에게서 하트를 선물받거나 친구를 초대하면 한 개가 생긴다. 이 때문에 돈을 주고 사기가 아깝거나 일일이 초대하기 싫은 학생들이 약한 친구를 위협해 수시로 하트를 공급받는 것이다.

중학교 담임교사인 박모 씨(29여)는 수업시간에도 애니팡에 몰두하는 학생들이 상당수라며 한시도 게임을 멈출 수 없으니 하트를 넉넉히 쌓아놓기 위해 친구들을 괴롭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직장에서도 하트 셔틀이 존재한다. 의류업체 대리 최모 씨(29여)는 애니팡을 즐기는 직장 상사를 위해 하트 셔틀을 자처했다. 최 씨는 애니팡을 하지 않지만 상사에게 센스 있는 부하직원이 되기 위해 하트 셔틀을 매일 하고 있다며 상사가 지나가는 말로 하트 잘 받았다고 이야기할 때마다 압박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영업사원인 나모 씨(30)는 거래처 직원이 애니팡을 즐기면 관리 차원에서라도 하트를 챙겨준다고 말했다.

애니팡 하트는 구하려면 돈이 들거나 번거롭지만, 남에게 주는 건 아무 비용 없이 줄 수 있기 때문에 무작위로 하트를 선물하는 이용자들이 많다. 먼저 선물하면 상대방도 답례로 줄 것이란 기대에서다. 때문에 수시로 날아오는 무작위 하트 제공 문자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직장인 하모 씨(43)는 새벽에도 휴대전화가 울려 잠을 깨면 누군가 보낸 애니팡 하트 문자인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전화기를 꺼놓지 않는 한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안명희 서강대 심리학과 교수는 오프라인에서 맺은 관계의 위계가 온라인까지 이어지는 경향이 반영된 것이라며 온라인 특성상 통제가 어려워 오프라인보다 스트레스는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박훈상 박희창 tigermask@donga.com rambl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