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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가 후보 사돈네 팔촌 황당 루머에도 테마주 급부상

CEO가 후보 사돈네 팔촌 황당 루머에도 테마주 급부상

Posted September. 21, 2012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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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들어 국내 주식시장에서는 전 씨처럼 단기 수익을 노리고 테마주에 돈을 거는 개인투자자들이 크게 늘었다. 그러나 테마주에 투자해 수익을 내는 개미들은 극히 소수에 그칠 뿐 대부분의 투자자들은 손실을 입는다고 증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거의 모든 테마주들이 실적과는 무관하게 주가가 급등락하고 일부 종목의 대주주들은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현상까지 보이고 있어 개미들이 적절하게 치고 빠지기에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테마주 투자, 결국 손해

테마주에 몰려드는 적지 않은 개미들은 테마주의 형성되는 배경이 허황되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도 테마주의 유혹을 떨쳐버리지 못하는 것은 내가 다른 사람들보다는 빨리 움직인다는 자만심 때문이다. 올 들어 국내 증시가 지지부진한 움직임을 보이면서 수익을 얻기 힘들어진 것도 테마주를 기웃거리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김우준 하나대투증권 부장은 테마주를 빨리 쫓아가면 조금이라도 이익을 얻고 나올 수 있을 것이라는 자기 중심적인 생각으로 주식을 매집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미들의 이런 심리를 이용해 일부 시세조종 세력들은 루머를 퍼뜨려 시세를 띄워놓고 개미들을 유혹하기도 한다. 개미들이 뒤따라 매수해 주가를 더 올려놓으면 먹튀(주가가 상승 하면 대량 매도)에 나서는 것이다.

최근 들어서는 인터넷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처럼 루머를 퍼트릴 매체가 다양해지고 그에 따라 루머의 전파속도도 빨라지다보니 물량매집부터 이익실현까지 걸리는 시간이 매우 짧아졌다. 황의천 한국거래소 부장은 물량매집시세견인이익실현이라는 시세조종 과정이 예전에는 6개월 정도 걸렸다면 요새는 일주일 이내라고 말했다.

이런 배경 때문에 테마주에서 실제로 이익을 남기는 개미들이 없는 건 아니지만 대개는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특히 최대주주가 예고 없이 대거 물량을 쏟아내 주가가 폭락할 때는 개미들이 미처 손도 쓸 수 없이 피해를 입게 된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의 복지테마주인 아가방컴퍼니의 김욱 대표이사 회장이 2월 1721일 3일 간 62만6210주를 매도하면서 이 회사 주가는 다음달 12일까지 계속 하락했다. 이 기간 동안 주가는 17일 1만5750원에서 1만1200원으로 28.8% 하락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의 테마주로 분류되는 우리들생명과학도 주가가 4380원까지 치솟았던 2월 이상열 대표이사 및 친인척이 200여 만주에 이르는 물량을 연이어 장내에서 매도하면서 다음달 12일 2055원까지 폭락했다.

거미줄처럼 엮인 황당한 인맥 테마주

올해 증시에서는 유난히 인맥을 강조해 개미 투자자를 유혹하는 정치인 테마주가 많다. 131개 테마주 중 인맥 관련 테마주가 전체의 52.7%(69개)에 달했다. 복지, 일자리 등 정책 테마주(49개)보다 1.5배 많다. 기존 대선 때 4대 강 테마주 등 정책 중심의 테마주가 형성된 것과는 대조적이다.

인맥 중심으로 테마주가 형성된 이유는 이번 대선에서 유력한 후보군이 마지막까지 압축되지 않고 상당한 시간이 소요됐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올 초부터 테마주 찾기에 혈안이 된 투자자가 많은데 유력 후보군이 명확해지지 않고 정책도 정해진 것이 없자 가장 손쉽게 인맥 테마주를 찾게 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맥은 기업 실적과의 연관성이 정책보다 더 적다. 이러다보니 무리한 인맥을 끌어다 테마주를 만든 경우가 대다수를 이뤘다. 안철수 테마주로 분류되는 우성사료는 신경민 민주통합당 의원이 안철수 후보와 친분이 있는데, 우성사료의 최대주주가 신경민 의원 처가라는 이유로 테마주가 됐다. KT뮤직은 안철수 후보와 친분이 있는 박경철 안동신세계병원장이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는 이유로 엮였다.

박근혜 테마주는 유독 혈연 관계를 내세운 테마주가 많았다. EG가 박 후보의 동생 박지만 씨가 최대주주라는 이유로 테마주가 됐고 대유신소재는 박영우 회장이 박근혜 후보의 조카사위라는 점에서, 성안은 박 후보 동생 박지만 씨의 배우자인 서향희 변호사가 사외이사로 등재돼 있다는 점에서 테마주가 됐다. 동부티에스블랙펄도 서향희 변호사가 사외이사여서 테마주로 엮였다.

문재인 테마주 중에는 문재인 후보가 소속돼 있던 법무법인에 일감을 줬던 바른손, 피에스엠씨 등의 회사가 끼어있었다.

테마주로 엮으려다 조작 사실이 들통 난 사례도 있었다. 문재인 후보 테마주로 엮였던 의류업체 대현의 경우 누군가 2011년 문재인 후보와 한 남성이 함께 찍은 사진을 구해 남성 눈 부분을 모자이크 해 놓고 이 사람이 대현의 대표이사라며 인터넷에 유포 했지만 주가 폭등에 놀란 대현 대표이사가 사진을 보고 내가 아니다라고 밝히면서 주가가 급락했다.



김현지 송충현 nuk@donga.com bal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