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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성폭행 누명, 발기유도제가 벗겨줬다

미성년 성폭행 누명, 발기유도제가 벗겨줬다

Posted August. 10, 2012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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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에다 심한 발기부전 증세를 보였다면 직접적인 증거가 뒷받침되지 않는 한 유죄를 인정하기 어렵다.

9일 대법원 3부(주심 박보영 대법관)는 청소년 성폭행 사건의 피고인 서모 씨(71)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9세 여자아이가 15세로 자랄 때까지 수차례 성추행하고 성폭행한 파렴치한 노인이라는 혐의(성폭력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 및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벗는 순간이었다.

검찰이 본 사건의 전말은 이랬다.

2004년 당시 9세 송모 양(17)은 과수원 주인 서 씨를 유독 따랐다. 송 양의 부모는 1996년부터 서 씨의 과수원에서 일해 왔는데 아버지는 지체장애 4급, 어머니는 정신지체 2급 장애인이었다.

서 씨는 부모의 빈자리를 채워주며 송 양의 환심을 샀다. 성추행하던 그날도 공부를 시켜주겠다며 과수원 옆 컨테이너 박스로 불러냈다. 서 씨는 13세도 채 되지 않은 꼬마의 가슴과 음부를 만졌다. 그리고는 자신의 성기를 입으로 애무하게 하며 성추행했다.

송 양이 클수록 범행은 과감해졌다. 서 씨는 송 양이 15세이던 2009년부터 2010년까지 세 차례나 성폭행했다. 송 양은 검찰 조사에서 서 씨가 몸 위에 올라와 성기를 삽입했고 20분 정도 성관계를 하다가 성기가 작아지면 그만뒀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검찰은 피해자의 보호자가 신체적으로 취약한 점을 틈타 신뢰관계를 빌미로 계속 범행한 만큼 또 성폭행할 위험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 가지 간과된 부분이 있었다. 서 씨의 몸 상태였다. 서 씨는 오랫동안 당뇨병을 앓았다. 그는 15년 전부터 발기가 전혀 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라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일반적으로 당뇨병 환자의 4050%는 발기부전을 겪는다고 알려져 있다.

실제 치료 기록도 있었다. 서 씨는 1995년 병원에서 당뇨병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2011년 1월부터는 한 대학병원에서 시알리스라는 발기유도제를 사용해가면서 검사했지만 약도 듣지 않았다. 당시 병원 의사는 발기 정도를 최대 4로 봤을 때 서 씨는 1 정도의 상태다. 심한 발기부전으로 질 내 삽입은 어렵다는 진단을 내렸다. 발기유도제를 먹고 초음파 진단까지 한 결과였다. 송 양이 마지막으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2010년 1월에서 불과 1년 지난 시점이었다.

재판부가 유심히 본 것도 이 부분이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성폭행을 할 정도로) 극도의 성욕을 느끼기 시작한 지 5분 내외의 짧은 시간에 질 내에 삽입이 가능한 발기 정도를 유지할 가능성은 없다는 취지의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또 직접적인 증거는 피해자 진술이 유일한데 합리적 의심을 할 여지가 없을 만큼 증명력을 가진 증거로 볼 수 없다고 무죄 판단의 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밖에도 송 양 측에서 강간당한 증거로 제출한 트리코모나스 질염 진단 역시 꼭 성적 접촉이 아니어도 속옷 변기 수건에 의해 전염될 수도 있기 때문에 100% 성관계에 의한 것으로 단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송 씨 가족은 2010년 경기도로 이사를 갔다. 이 사건은 송 양의 고모가 송 양으로부터 A 양에게 피해 사실을 전해 듣고 신고해 수사를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피의자 서 씨의 누나(81)는 장애인 송 씨의 가족들을 동생이 15년 동안 보살펴줬다며 송 씨가 받은 월급이나 장애지원금은 마을 이장이 관리했으며 집을 짓는 데 보탬을 줬다고 덧붙였다. 송 씨가 경기도로 이사를 갈 때 통장에는 3000만 원 정도가 저축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장선희 이형주 sun10@donga.com peneye0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