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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한반도 5000년 전의 밭

Posted June. 28, 2012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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뛰어난 건강식으로 인정받고 있는 콩을 한반도에서 처음 재배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이 많다. 한국의 콩은 기원전 7세기 중국에서 전래됐다고 알려져 있지만 경기도 양평, 충남 보령에서 발굴된 청동기시대(기원전 10세기-4세기) 유적에서 콩이 출토되면서 한국이 콩의 원산지이자 재배의 기원지라는 학설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농촌진흥청은 2007년 미국으로부터 한반도가 원산지인 종자 1600여점을 반환받았다. 미국이 20세기 이후 한국에서 수집해 갔으나 이후 우리 땅에서는 사라진 것들이다. 이 중 가장 많은 것이 콩이었다. 원산지에서만 나올 수 있는 야생종 돌콩을 비롯해 901점에 이르렀다. 콩의 한국 기원설을 뒷받침하는 근거다.

한국의 선사()시대와 관련된 중요한 발굴이 최근 이뤄졌다. 강원도 고성군 문암리에서 약 5000년 전의 밭이 문화재청 국립문화재연구소에 의해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고고학 유적의 연대를 추정하는 일은 무척 어렵다. 그러나 밭 근처에서 신석기시대 집터에 이어 전형적인 신석기시대 유물인 빗살무늬토기 조각이 잇따라 출토되자 발굴 관계자들은 흥분했다.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지역에서 신석기시대 중기의 밭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에서 가장 오래된 밭 유적은 경남 진주 대평리에서 발견된 청동기시대의 것이었다.

한반도에는 약 70만 전부터 사람들이 거주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오늘날 한국인의 조상은 신석기시대와 청동기시대부터 살던 사람들이다. 이번에 발굴된 밭은 당시에 벌써 많은 사람들이 한반도에 정착해 있었음을 보여준다. 농경 시대 이전에 사람들은 이곳저곳 떠돌아다니며 사냥과 채집, 고기잡이를 해서 먹고 살았으나 본격적인 밭농사를 시작하면서 안정적인 식량 확보가 가능해지자 한 곳에 머무르게 됐다. 이번 발굴로 한반도에서 그 시점을 1000년 이상 올려 잡아야 한다.

우리는 역사적으로 중국 문명의 영향권 내에서 살아왔다는 고정관념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번 발굴을 통해서도 역사는 그렇게 단순한 것이 아님을 깨닫게 된다. 밭농사나 콩 등 농업사뿐이 아닐 것이다. 경제 강국이 된 만큼 우리의 뿌리에 대해서도 좀 더 천착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리가 살고 있는 한반도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점을 깨닫는다.

홍 찬 식 수석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