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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간부까지 노리는 보이스피싱

Posted June. 27, 2012 0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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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원회의 한 고위 간부는 일주일 전 가슴이 철렁해지는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건 남자가 다짜고짜 학원에 있는 당신 자식을 납치했다. 아이의 머리가 깨져서 피가 철철 흐르고 있고, 당장 1000만 원을 보내지 않으면 죽여 버리겠다고 협박했기 때문이다.

이 간부는 아이가 다니는 학원에 전화해 안전하게 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확인 전화를 거는 23분이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길게 느껴진 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협박 전화를 건 사람이 내 이름, 직책, 아이가 학원 가는 시간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며 금융당국 고위 공무원인 나도 당장 1000만 원을 보내줘야 할 것 같은 압박감에 시달렸는데 일반인이 보이스피싱(전화사기)을 당하면 얼마나 불안에 떨지 절감했다고 말했다.

금융당국 고위 간부까지 전화사기 대상이 될 정도로 보이스피싱 수법이 대담해지고, 피해 건수도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금융감독원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5월 전화사기 피해 건수는 311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2734건보다 14% 증가했다. 피해금액도 지난해 294억 원보다 16% 늘어난 342억 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전화사기 피해 유형 중에서 납치 빙자 유형이 27.4%로 가장 많았고, 수사기관 사칭(27%), 금감원 사칭(15.1%), 우체국 사칭(12.7%), 은행 사칭(12.7%) 등이 뒤를 이었다.

금감원은 전화사기가 의심되면 즉시 경찰청 112센터나 금융회사 콜센터에 사기범 통장의 지급정지를 요청하고, 지급 정지된 금액은 가까운 거래은행 등을 방문해 전화사기 피해금 환급을 신청하라고 밝혔다. 또 전화사기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26일부터 300만 원 이상의 현금이 입금되면 자동화기기(CD, ATM 등)를 통한 인출이 10분간 늦춰지는 지연인출제도도 시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찰서 등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전화는 보이스피싱일 개연성이 높다는 인식이 퍼져 있지만 자녀 납치는 사기 전화인 점을 알기 어렵고 부모의 불안감이 커져 돈을 보낼 때가 많다며 자녀를 납치했다며 돈을 요구할 때는 무조건 따르지 말고 최대한 신중하게 대응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특히 오전 1011시에 걸려오는 납치 빙자 및 공공기관 사칭 전화는 전화사기일 소지가 높다고 밝혔다. 경찰청에 따르면 전체 전화사기 중 시간대별 발생 비율은 오전 10시대가 22.4%로 가장 많고, 이어 오전 11시대(18.6%), 오전 9시대(13.4%), 낮 12시대(11.6%), 오후 3시대(8.0%) 순으로 나타났다.



하정민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