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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력이 국력 UAE국적자 해병 자원

Posted April. 23, 2012 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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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군에서 군 복무를 하라는 아버지의 유언을 꼭 지키고 싶었습니다.

경기 평택시의 해군 2함대 소속 호위함인 전남함(1500t급)에 최근 갑판병으로 배치된 임학묵 이병(29)은 늦깎이 수병이 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올해 2월 서른이 다 돼 입대한 그는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함정 근무를 자원해 전남함의 최고령 막내 수병이 됐다.

임 이병의 아버지(임재진 씨2003년 작고)는 두산중공업의 해외지사 간부로 이란과 아랍에미리트(UAE) 등 주로 중동지역에서 근무했다. 임 이병도 이란 테헤란에서 태어나 UAE에서 고교까지 마친 뒤 현지 국적을 취득했다. 본인이 원하면 군 복무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임 이병의 아버지는 수시로 각국 함정이 정박하는 UAE의 칼리드 항으로 아들을 데려갔다고 한다. 아버지는 오랜 해외생활을 해보니 해군력이 국력임을 절감한다. 대한민국 남자로 해군에 입대해 군함을 타고 영해를 지켜야 한다고 늘 강조하셨죠.

임 이병은 영국에서 대학을 마친 뒤 해군에 입대할 계획이었지만 2003년 아버지가 지병 악화로 작고하면서 계획을 늦췄다. 아버지 대신 어린 여동생의 학비와 가족생계를 꾸려야 했기 때문이다. 임 이병은 아버지는 마지막까지 성실히 군 복무를 마쳐 달라고 유언을 남기셨다고 말했다.

아르바이트로 힘겹게 대학을 마친 임 이병은 영국에서 외국기업에 취업해 근무하다 2007년 UAE 국적을 포기하고 한국으로 들어왔다. 이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 입사해 국제협력실에서 통역과 번역 업무를 맡았다. 그는 뛰어난 영어와 아랍어 실력 덕분에 2010년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때 안내를 맡기도 했다.



윤상호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