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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로켓발사뒤 핵실험 가능성

Posted March. 22, 2012 0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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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장거리로켓 발사가 정당한 권리라지만 전 세계에서 오직 북한만 그렇게 생각합니다. 북한이 더는 미사일 발사도, 추가 핵실험도, 원심분리기 추가개발도 하지 못하게 해야 합니다.

시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사진)는 20일 부산에서 열린 2012 태평양연안국 원자력회의에서 기자와 만나 북한의 장거리로켓 발사는 229 북-미 합의를 조롱하는 짓이라며 이같이 단호하게 말했다. 미국 국립 로스앨러모스연구소 소장을 지낸 세계적인 핵물리학자이자 북핵 전문가다. 2010년 11월 북한의 우라늄농축용 원심분리기를 직접 보고 와 세상에 공개한 첫 서방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동안 모두 7차례나 북한을 방문했다.

이용호 북한 외무성 부상은 19일 중국 베이징에서 229 합의와 위성 발사는 별개의 문제라며 북-미 합의 위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이 주장에 동의하나.

로켓 발사는 미사일과 똑같은 기술을 사용하는데, 북한은 유엔의 대북 제재로 이 기술을 쓰지 못하도록 금지돼 있다. 또 북한은 229 합의에서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나. 내가 보기에 터무니없고 합의를 조롱하는 짓이다. 북한이 핵무기를 만들지 않았다면 로켓을 쏠 권리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핵무기를 갖고 로켓을 쏘겠다는 것은 유엔 제재 위반이며 앞뒤가 안 맞는 얘기다.

북한이 로켓 발사 계획을 사전에 갖고 있었다면 왜 229 합의에 동의했을까. 강경파와 온건파 갈등을 시사하는 것일까.

그건 정치적인 질문이라 답변을 못하겠다.

북한은 로켓 발사 계획에도 불구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을 받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발표한 229 합의에는 핵시설에 대한 모니터링과 IAEA 사찰단에 의한 검증까지 언급한 반면 북한 발표에는 모니터링만 언급돼 있다. 정확히 무얼 뜻하는지 불분명하다. 이번 229 합의가 중요하긴 한데, 충분하지는 않다. 왜냐하면 북한이 영변 외에 또 다른 농축시설을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시간표를 역산해보면 북한이 2010년 우라늄농축을 성공했다고 발표한 시점에 영변의 농축시설은 아직 가동준비도 끝나지 않은 상태였다. 또 다른 시설이 있다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북한은 IAEA 사찰단을 초청해 우리는 고농축우라늄(HEU)은 없고 원자력발전에 필요한 저농축우라늄(LEU)만 있다며 증인으로 삼으려 할 것이다. 과거에 이란도 그랬다.

북한이 원심분리기의 존재를 공개한 지도 1년 반이 지났다. 그동안 우라늄농축 기술로 핵무기를 얼마나 늘렸을까.

북한이 얼마나 원심분리기를 갖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핵무기 수도 말하기 어렵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영변 이외에 시설을 갖고 있고, 거기서 HEU를 생산할 것이라는 점이다. 북한은 IAEA 사찰단을 초청해도 이 HEU 시설을 보여줄 리가 없다. 이미 북한이 핵무기를 갖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미사일 추가 발사도, 추가 핵실험도, 추가 원심분리기 생산도 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

북한이 장거리로켓을 발사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미사일에 탑재할 정도로 핵탄두 소형화 작업이 마무리 단계라는 뜻인가.

반드시 그렇지는 않지만, 그런 위험이 있다. 북한이 핵탄두를 갖게 된다면 전 세계 누구라도 위협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이 3차 핵실험을 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2009년 광명성 2호 발사 때 그랬듯이 장거리로켓을 쏜 뒤 또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 로켓 발사 자체가 우려된다기보다 로켓 발사에 이은 핵실험을 통해 핵탄두 소형화가 우려되는 것이다. 북한은 2010년 나를 초청하기 한 달 전인 10월(노동당 창건 65주년 퍼레이드) 이동형 무수단 미사일(SS-N-6)을 공개한 바 있다. 과거 소련의 잠수함 탑재 미사일을 모방한 것인데, 이 미사일에 핵탄두가 실리면 매우 위협적이다.

방북 계획은 있나.

없다. 북한이 초청하지 않았다.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할 것으로 보는가.

단기적으로는 비관적이고, 장기적으로는 낙관적이다. 궁극적으로 북한이 핵을 유지해서 얻는 이득보다 포기해서 더 큰 이득이 온다는 걸 알면 포기할 것이다. 하지만 단기적으로는 비관적이다. 229 합의로 일보 전진했다가 북한이 뒷걸음질친 것을 보라. 수년간 장거리로켓 발사 계획을 진행해온 북한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과 인공위성 발사 권리를 주장한다. 하지만 오직 북한만 그렇게 생각할 뿐 세계 모든 나라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조숭호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