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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0대 기업중 64곳만 대북사업 전망 밝다

Posted February. 16, 2012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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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후 북한의 경제개방 기대감이 높아지는 가운데 우리 기업들의 대북사업 전망은 여전히 신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524 대북 제재조치가 해제되지 않은 데다 북-미 관계도 아직 풀리지 않은 탓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주요 대기업만 놓고 보면 향후 북한 정세가 급변할 것에 대비해 대북사업 진출을 다각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동아일보와 대한상공회의소가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응답 업체 526곳공기업 및 금융회사 포함)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김정일 사후 투자 및 시장 진출 등 대북사업 기회가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한 기업은 전체의 12.2%(64개)에 그쳤다. 반면 대북사업 기회가 줄어들 것으로 내다본 기업은 25.1%였고, 과거와 비슷할 것이라고 전망한 기업은 62.7%로 각각 조사됐다.

이는 앞으로 북한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본 기업이 32.9%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한 기업(2.9%)보다 훨씬 많은 것과도 맥락을 같이한다. 이용철 지식경제부 남북경협팀장은 상당수 기업이 미국과 거래관계를 맺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관계 개선 없이 대북사업에 나서기는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매출액 상위 30대 기업으로 한정하면 33.3%(10곳)가 앞으로 대북사업 기회가 늘 것이라고 전망해 부정적인 의견(16.7%)을 앞섰다. 대기업일수록 대북사업 전망을 더 긍정적으로 보고 있는 셈이다. 또 대한상의가 천안함 폭침사건 후인 2010년 8월 실시한 300대 기업(응답 234곳) 설문조사 결과 4.3%만이 남북경협 여건이 정상화되면 대북사업에 진출하겠다라고 응답한 것을 감안하면 대북사업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답변이 많아졌다.

이와 관련해 포스코와 SK, 대우조선해양이 북-중 경협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황금평 및 나선경제특구에 대해 사업성 검토를 진행하고 있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함경북도와 맞닿은 북-중 접경지대 훈춘() 시에 물류단지를 짓고 있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 대북 소식통은 포스코는 훈춘을 기반으로 경제개방이 이뤄지면 북한 내륙으로 곧바로 진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자원이 풍부한 함북 무산군에서 철광을 확보하는 동시에 풍부한 저임 노동력을 바탕으로 공업도시인 함북 김책시에 제철소를 지어 제2의 포철로 키우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이 압록강변의 섬인 황금평에 수리조선소를 세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데 이어 SK도 북한 경제전문가를 영입해 황금평 구역의 사업성을 점검하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이 지역에서 한국 기업들과 합작법인을 세우는 방식에 대해 최근 북측의 동의를 얻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기업들도 중국과 합작법인을 세우면 북한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핵실험이나 천안함 사건 등으로 한때 출입이 봉쇄돼 어려움을 겪은 개성공단과 달리 한중 합작법인에 대해선 북한 당국이 함부로 다룰 수 없으리라는 판단이 깔린 것이다.

이처럼 일부 대기업이 물밑에서 대북사업 진출을 타진하는 것은 북한 시장이 개방될 경우 인프라 건설을 비롯해 다양한 사업 기회가 열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언어가 통하는 값싼 노동력과 더불어 중국 시장과의 근접성도 빼놓을 수 없다. 실제로 본보 설문조사에서 매출액 상위 600대 기업은 대북사업에서 기대하는 이점으로 물류비 감소(32.8%), 값싼 노동력(29.7%), 중국 진출 교두보(20.3%) 등을 꼽았다.



김상운 박용 sukim@donga.com par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