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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세계경제 중 명품사랑 덕에 버틴다?

위기의 세계경제 중 명품사랑 덕에 버틴다?

Posted January. 19, 2012 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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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상무부는 지난달 말 이색 발표를 했다. 올해 20여 개 도시에 명품() 직판장을 만들겠다는 것. 그것도 직판장마다 베르사체 등 유럽과 미국 등 30여 명품 브랜드가 함께 입점하는 대규모다. 게다가 현지에서 신상품을 내놓을 때 같은 시기에 같은 가격으로 중국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상무부가 자세한 설명은 하지 않았지만 현재 30100%에 달하는 명품에 부과하는 관세를 면제해주는 방안이 나올 가능성도 있다.

관세장벽으로 악명 높은 중국이 이런 결단을 내린 것은 자국민의 못 말리는 명품 사랑 때문. 세계명품협회(WLA)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인들은 유럽에서만 500억 달러 규모의 명품을 쓸어 담았다. 이 때문에 정부가 명품 직판장을 세워 항공료와 숙박비로 유출되는 외화를 아껴보겠다는 고육책이다.

세계 경제가 반전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명품 시장이 그나마 경기의 추가 하락을 막는 지지대 역할을 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소비 부진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의 명품 판매는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명품 브랜드 프라다는 작년 상반기 순익이 1년 전보다 75%나 늘었다. 영국의 버버리는 작년 3분기(79월)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으며 고급차 브랜드인 롤스로이스는 지난해 107년 역사상 최고의 판매실적을 기록했다. 까르띠에 등의 브랜드를 갖고 있는 리치몬트그룹의 주가가 2009년의 세 배로 오른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명품업계에서는 특히 중국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18일 차이나데일리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명품 소비량은 최초로 1000억 위안(약 18조 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2010년보다 20% 이상 늘어난 것으로 중국 내 매장만 집계한 것이다.

컨설팅업체 매킨지는 세계 명품(차량과 자가용 비행기 등 제외) 소비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이미 10%에 달했으며 2015년에는 2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독일 컨설팅회사인 롤란트부르거의 버나드 멀렉 애널리스트는 이 추세대로라면 곧 중국이 전 세계 명품 소비의 70%를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중국 시장의 특징은 명품 주력 소비층이 1520세로 아주 젊은 데다 체면 소비가 일반화돼 있다는 것. 청소년들까지 주변의 눈을 의식해 명품 소비에 열광하고 있는 만큼 이들이 30, 40대가 되면 시장 규모가 극적으로 커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있다. 이 때문에 에르메스나 샤넬 등은 중국의 지방 중소도시에까지 매장을 확장하고 있다.

명품 소비의 증가는 경제난을 겪고 있는 유럽과 미국 등 서방국가를 도울 수 있다는 점에서 세계 경제의 버팀목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명품업체들은 브랜드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인소싱(Insourcing자국이나 자기 회사에서 제품 생산) 비중이 일반 제조업계보다 높다. 매출 증가가 유럽과 미국의 고용을 떠받칠 수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달리 이번 경제위기 상황에서는 재정 확대 등 세계 경제를 견인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이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명품 소비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중국이 지난해 스페인 지원용으로 사들인 국채는 4억 유로(5억1000만 달러)에 불과하지만 중국 여행객들이 유럽에서 사들인 명품은 500억 달러에 이른다는 점이 이 같은 정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고기정 ko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