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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블랙 프라이데이

Posted November. 28, 2011 0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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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11월 넷째 주 목요일은 우리의 추석에 해당하는 추수감사절이다. 객지에 나가 사는 가족까지 한데 모여 칠면조 고기를 먹으며 감사의 마음을 나눈다. 그리고 이튿날이 미국 최대 쇼핑시즌의 개막을 알리는 블랙 프라이데이다. 블랙 프라이데이는 1960년대 추수감사절 다음 날의 교통 혼잡을 일컫는 경찰 용어였지만 지금은 재고()를 덜어낸 기업들의 회계장부가 흑자로 돌아선다는 의미가 더 크다.

블랙 프라이데이의 쇼핑 열기는 우리의 추석연휴 귀성 열기에 비견될 만하다. 전날부터 상점 앞에서 텐트 치고 밤샘하는 것은 예사다. 타깃 베스트바이 같은 소매상점은 추수감사절 파티가 끝나자마자 쇼핑할 수 있도록 금요일 0시를 기해 문을 연다. 대부분 상점은 전단지를 통해 세일 상품을 예고하지만 어떤 상점은 깜짝 세일을 한다. 수량도 제한돼 일단 물건을 잡고 봐야 한다. 기업들은 이날의 매출로 연말과 이듬해 경기 흐름을 예측한다. 조사업체 쇼퍼트랙에 따르면 올해 매출액은 전년도 대비 6.6% 늘어 2007년 이후 가장 높았다.

경기 불안에 따른 각박해진 인심을 반영한 듯 올해 블랙 프라이데이에 눈살 찌푸리게 하는 사건이 많았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30대 여성이 월마트 전자제품 코너에서 X박스(게임기)를 먼저 사려고 주변 쇼핑객들에게 최루액을 분사해 20여 명이 부상했다. 웨스트버지니아 주 사우스찰스턴의 할인매장 타깃에서는 60대 남자가 쇼핑하다 심장질환으로 바닥에 쓰러졌지만 주변의 무관심으로 사망했다. 쇼핑이라기보다는 염치와 도덕이 사라진 전쟁터 같은 풍경이다.

전통문화가 없는 미국인에게 쇼핑은 일종의 국민 스포츠다. 수입 내에서 소비를 하는 우리와는 달리 미국인은 앞으로 들어올 수입을 예상하고 돈을 당겨쓴다. 그런 미국인에게 블랙 프라이데이는 비켜가기 힘든 유혹이다. 그렇다고 이날의 야단법석 쇼핑을 딱하다고 여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뉴욕대 스턴비즈니스스쿨 교수 대니얼 앨트먼은 최근 세계 경제 운명을 바꿀 12가지 트렌드 중 첫 번째로 미국의 부활을 꼽았다. 그 근거로 댄 것이 바로 미국인의 소비 파워다. 빚을 내서라도 쇼핑하는 미국인이 있기에 세계 경제가 돌아간다는 얘기다.

정 성 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