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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 협력자에서 맞수로 잡스 - 삼성 3대 30년 애증

조언 - 협력자에서 맞수로 잡스 - 삼성 3대 30년 애증

Posted October. 07, 2011 0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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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곳곳에서 특허전쟁을 벌이고 있는 애플과 삼성은 협력과 경쟁의 오랜 인연을 맺어왔다. 특히 두 회사 최고경영자들의 인연은 간단치 않다. 고 이병철 전 삼성 회장,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사장에 이르는 삼성 3대()는 30년 전부터 스티브 잡스와 조우하며 때론 조언을 나누고, 때론 담판을 지었다.

잡스가 삼성 일가와 처음 마주한 것은 1983년 11월 서울 중구 태평로 삼성본관에 있는 이 전 회장의 호암 집무실이었다. 당시 삼성은 고심 끝에 반도체 사업을 확대하기로 하고, 경기 용인시 기흥에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 반도체 공장을 짓고 있는 상황이었다. 세계 전자업계를 예의 주시하던 70대의 이 전 회장은 20대의 젊은이와 마주 앉았다. 개인용 컴퓨터를 세상에 내놓고 명성을 얻기 시작한 28세의 잡스였다. 잡스는 이 전 회장에게 출시 예정 상태였던 매킨토시 컴퓨터의 사양을 자신만만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이 전 회장은 당시 배석한 임원에게 앞으로 IBM과 대적할 만한 인물이라고 잡스를 평가했다고 전해진다. 이 전 회장은 잡스에게 지금 하는 사업이 인류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고, 인재를 중시하며, 다른 회사와의 공존공영 관계를 중시해야 한다는 점을 3대 경영철학으로 삼으라는 조언도 건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1985년, 잡스는 매킨토시의 실패로 자신이 창업한 애플에서 퇴출당했다. 하지만 이 전 회장의 사람 보는 안목은 틀리지 않았다. 1997년 애플에 복귀한 잡스는 영혼을 사로잡는 전자기기를 선보이며 이 전 회장의 예언대로 IBM과 대적하는 거물이 됐다.

애플이 삼성전자의 주요 부품 구입처로 떠오르면서 이건희 회장은 잡스와 몇 차례 단독으로 만난 것으로 전해지지만 자세한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두 사람은 천재급의 인재를 갈망한다는 점, 영화를 비롯한 문화에 심취했다는 점 등에서 공통점이 많았다.

삼성 3대 가운데 잡스와 가장 많이 만난 최고경영자는 이재용 사장이다. 이 사장은 미국의 애플 본사를 방문하거나, 정보기술(IT) 국제 전시회 및 최고경영자(CEO) 콘퍼런스 등을 통해 1년에 한두 번씩 잡스를 만나 협력 문제를 논의해 왔다. 아이폰 출시를 앞두고 잡스가 직접 시제품을 뜯어가며 설명을 해줬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30년 전 할아버지(이병철 전 회장)에게 원시적 수준의 컴퓨터를 설명했던 20대의 청년이 그 손자(이재용 사장)에게 첨단 스마트폰을 설명할 정도로 기술을 발전시켜 온 것이다.

잡스와 삼성 3대의 인연이 이어져 오는 동안 애플은 삼성의 최대 고객사가 됐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올해 삼성전자에서 78억 달러(약 9조2000억 원) 상당의 부품을 사들여 60억 달러 안팎의 소니를 제칠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올 4월 애플이 삼성전자를 상대로 스마트폰 특허 침해로 소송을 제기하면서 두 회사의 협력관계가 위기에 빠졌다. 3월 애플이 아이패드2를 출시할 때 잡스는 삼성을 카피캣(Copy Cat모방꾼)이라고 모욕했다. 이 회장은 4월 21일 이른바 삼성 특검 이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에 첫 출근을 하면서 못이 튀어나오면 때리려는 원리라며 기술은 앞서가는 쪽에서 주기도 하고, 따라가는 쪽에서 받기도 하는 것인데라며 애플에 대한 섭섭함을 드러냈다.

잡스의 사망은 두 회사 소송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삼성 측은 당장 소송을 취하하는 등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면서 장례식이 끝날 때까지 어떤 언급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잡스의 사망에 대해 삼성은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 명의의 조의만 내놓았다. 최 부회장은 평소 존경했던 스티브 잡스의 별세에 깊은 애도를 표한다. 고인은 세계 IT산업에 비전을 제시하고 혁신을 이끈 천재적 기업가였다라고 밝혔다.



김희균 정재윤 foryou@donga.com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