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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도시에서친환경 실험장으로

Posted September. 23, 2011 0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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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의 원전사고와 대량의 방사성물질 유출, 제조업의 붕괴와 고향을 등지는 사람들. 동일본 대지진 후 일본 제1의 혐오도시로 전락한 후쿠시마()에는 아무런 희망이 없어 보였다. 하지만 사고 6개월을 넘기면서 후쿠시마가 재기의 불씨를 피우고 있다. 후쿠시마 현은 신재생에너지 산업을 육성해 원전 피해지라는 이미지를 불식하겠다며 세계적인 환경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에너지기업들도 후쿠시마를 새로운 미래 산업의 실험장으로 눈여겨보고 있다.

원전 피해지를 에너지산업의 메카로

원전사고로 가장 큰 피해를 본 지역 중 하나인 후쿠시마 현의 소마() 시에 최근 반가운 손님이 찾아왔다. 미국의 전기자동차 메이커인 테슬라모터스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다. 열렬한 태양에너지 전도사인 머스크 회장은 이 도시에 20kW급 태양광발전시스템을 기증했다. 그는 원전사고가 태양에너지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며 후쿠시마의 신재생에너지 산업 투자에 의욕을 보였다. 최근 재생에너지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사장도 후쿠시마를 핵심 거점으로 주목하고 있다.

후쿠시마 시의 초등학교에 20kW급 태양광발전시스템 2기를 무상제공하기 위해 지자체와 협의 중인 한화그룹의 김종서 일본법인장은 후쿠시마는 신재생에너지를 미래 산업화하려는 의지가 굳건해 세계적인 기업들이 각종 에너지산업을 시범적으로 실시하는 테스트 베드로 부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활을 꿈꾸는 후쿠시마의 비전은 신재생에너지뿐만이 아니다. 후쿠시마는 현 내의 토지 상당 부분이 방사능에 오염돼 장기간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자 식물공장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외부와 격리된 청정구역에서 무공해 채소와 야채 등을 대량 재배하겠다는 것. 일본에서는 최근 무공해 먹을거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식물공장이 신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토양오염을 첨단농법으로 극복해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겠다는 것이다. 식물공장에 필요한 에너지도 수력과 지열 발전으로 100% 자급할 계획이다.

역발상으로 위기 극복

후쿠시마 현은 대지진과 원전사고 이전까지만 해도 동북지역을 대표하는 산업도시였다. 동북지역 6개 광역지자체의 전체 제조업 출하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이르렀다. 하지만 대부분의 제조업체가 원전에서 반경 30km 이내에 있어 원전사고의 직격탄을 맞았다. 202만 명이던 인구는 160만 명까지 줄었다.

후쿠시마는 젊은 인력 유출로 인한 고령화 문제를 적극적인 노인복지서비스 산업으로 극복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현내에서도 고령자시설이 많은 니시고() 마을에 선진 복지시설과 노인복지서비스를 특화한 직업학교를 설립해 중국인 취업자와 유학생을 적극 유치하겠다는 것. 노인복지 서비스에서 쌓인 간병 노하우와 지역 온천을 연계한 의료관광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계획도 갖고 있다.

원전으로 망가진 후쿠시마에서는 다양한 역발상도 나오고 있다. 방사성오염물질 제거(제염) 공정, 원자로 해체 공정, 방사성오염 잔해물 처리사업 등 지금까지는 존재하지 않았던 시장을 새로운 사업으로 개척하겠다는 것이다. 체르노빌 원전사고 이후 러시아에 방사능 측정기기 등 방사능 관련 산업이 급성장한 것처럼 사고의 유산을 돈이 되는 산업으로 만들어보겠다는 것이다. 일본 내 원전 전문가들은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인한 방사능 제염만 해도 시장 규모가 1조 엔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김창원 chang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