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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쿡 첫 임무는 디지털거실 점령 삼성-LG 초긴장

팀 쿡 첫 임무는 디지털거실 점령 삼성-LG 초긴장

Posted August. 30, 2011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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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이제 거실의 TV까지 점령하는 것인가.

스티브 잡스가 사임한 뒤 애플의 새 최고경영자(CEO)에 오른 팀 쿡의 첫 번째 임무가 디지털 거실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글로벌 가전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애플이 거실의 TV에서 디지털비디오를 곧바로 볼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며 향상된 디지털비디오 사업이 새 CEO의 첫 임무라고 보도했다.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모바일 분야의 대성공을 소비자 가전으로 이어가려 한다는 것이다.

애플, 훌루 인수전 가세

애플은 이미 지난해 애플TV라는 이름의 셋톱박스 서비스를 시작했다. 일반 TV에 셋톱박스를 달아 드라마와 영화 등을 판매하거나 대여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애플이 이번에 아예 자체 스마트TV 모델을 내놓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애플이 최근 무료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사업자인 훌루(Hulu)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이런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유튜브가 아마추어 사용자들이 제작한 동영상 중심 사이트라면 훌루는 영화처럼 정식 라이선스가 있는 콘텐츠를 대규모 확보하고 있다. 애플이 구글과 야후 등을 따돌리고 훌루를 인수하는 데 성공한다면 단숨에 양질의 콘텐츠로 무장해 TV사업에 진출하는 데 유리한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또 애플은 TV에도 적용할 수 있는 3차원(3D) 이미지 구현 기술 관련 특허도 최근 미국 특허청에 출원했다. 애플이 기존 아이폰과 아이패드의 최대 디스플레이 공급처인 LG디스플레이에 TV용 패널을 주문했다는 소문도 나온다. LG디스플레이 권영수 사장이 55인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용 시제품을 내년까지 생산하겠다고 발표한 것도 애플TV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전자업계에서는 애플이 홈 엔터테인먼트 분야에 진출하면 엄청난 파괴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UBS의 메이너드 엄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TV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한다면 시가총액이 1000억 달러(약 107조 원) 이상 오르는 가치가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삼성, LG도 초긴장

애플이 TV시장에 뛰어든다면 기존의 스마트TV와는 완전히 다른 혁신적인 기능을 덧붙일 것으로 보인다. 다른 기업들이 모두 하드웨어의 기능 경쟁에 열중하고 있을 때 애플은 아이튠즈와 앱스토어라는 새로운 개념의 콘텐츠 유통 환경을 만들었고 이를 통해 하드웨어를 포함한 생태계 전체를 빠른 시간에 접수했다.

현재 애플 앱스토어에는 아이폰용 앱이 50만 개, 아이패드용 앱이 10만개 이상 유통되고 있다. 반면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TV용 앱은 500여 개, LG전자는 300여 개에 불과하다. 삼성전자, LG전자, 소니 등 스마트TV 제조사들은 각자 플랫폼을 갖춘 채 콘텐츠와 앱을 확보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애플이 TV 시장에 본격적으로 나서면 역부족일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애플의 움직임에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기존 TV 업계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TV는 모바일과는 근본적인 생태계가 다르다는 시각도 있다. 애플이 모바일에서 성공했다고 해서 TV도 성공하리라는 보장은 없다는 것이다. 구글이 소니 등과 손잡고 내놓은 구글 TV도 아직 눈에 띄는 성과를 못 내놓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스마트TV는 시장 초기라 절대 강자가 없는 상태라며 삼성은 글로벌 TV 1위로서 쌓아온 노하우와 지역별로 특화한 앱으로 시장을 지켜내겠다고 말했다.

LG전자는 쉽고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는 사용자 환경(UI)을 만드는 데 승부를 걸고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1세대 스마트TV는 아무리 좋은 콘텐츠가 있어도 메뉴가 복잡해 10번 가까이 버튼을 눌러야 했다며 UI를 간편하게 만드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정재윤 jaeyu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