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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카지노 도박 중독

Posted August. 26, 2011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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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철원에 사는 김삼보는 한달에 자기 집에 붙어 있는 날이 거의 없는 천하의 노름꾼이다. 강원도 황해도 평안도 접경을 넘어 다니며 골패투전으로 먹고 지내는 그는 열 살 연하의 반반한 여자를 데리고 산다. 전 남편과 노름을 해 빼앗았다는 설이 유력하다. 1925년 발표된 나도향의 단편소설 뽕 이야기다. 18세기 말 제정()러시아 시절 페테르부르크를 무대로 한 차이코프스키의 오페라 스페이드의 여왕에 나오는 백작부인도 알아주는 도박중독자다. 그녀는 인생은 도박이라고 말했다던가.

카지노 도박중독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널려 있다. 평생 땀을 흘려 모은 재산을 일거에 탕진하고 파멸에 이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미국 유명 카지노가 있는 도시의 중고차는 전국에서 가장 저렴하다. 자동차까지 저당 잡히고 노름을 한 사람들이 내놓은 매물이 넘쳐나기 때문이다. 등록금 수만 달러를 하룻밤에 날리고 식당에서 접시를 닦으며 등록금을 마련하고 있다는 유학생들의 이야기도 자주 들린다.

감사원이 그제 내놓은 강원랜드 감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강원 정선의 폐광 지역에 만든 강원랜드 카지노에 연 13회 이상 드나든 5만2317명 중 1307명은 생활이 어려워 국가로부터 생계주거급여 등을 받고 있는 사람이었다. 이 가운데 578명은 기초생활보장수급자로 선정된 뒤에도 최소 13회에서 최대 1277회까지 카지노를 출입했다. 3년에 6억원을 날리고 강원랜드를 전전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쯤 되면 불치병 수준이다. 잃은 돈이 100만원 안팎 정도면 손쉽게 손을 털 수 있지만 액수가 커질수록 수렁에서 빠져 나오기 어렵다는 것이 도박계의 정설이다.

도박 마약 알콜 중독 등 모든 중독은 충동을 제어하지 못하는데서 비롯된다. 도박을 할 때는 도파민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는데 중독자가 도박을 안하면 이 호르몬의 분비가 줄어들어 불안감이나 손 떨림 같은 금단()현상이 나타난다고 정신과 의사들은 말한다. 도박은 주위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종국에는 자기 자신까지 파괴하고 사회 복귀도 어려워진다. 도박중독은 단순히 나쁜 습관의 문제가 아니라 정신과 질병이다.

하 태 원 논설위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