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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회참여 연예인

Posted July. 20, 2011 0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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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홈쇼핑 채널 QVC은 최근 베트남전 반대운동으로 유명한 미국 여배우 제인 폰다의 신간 프라임 타임을 홍보하려던 계획을 취소했다. 그의 반전운동 경력을 비판하는 시청자들의 항의 때문이었다. 폰다는 당시 베트콩의 대공포 위에 앉아 웃는 사진이 공개되면서 미국 참전 용사들로부터 맹비난을 받았다. 폰다는 나중에 여러 차례 자신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전쟁에 반대한다는 주장은 굽히지 않았다.

한국에서 최근 다시 사회참여 연예인이 주목받은 것은 여배우 김여진 씨의 반값등록금 1인 시위부터다. 그 전에 홍대 청소용역 노동자 농성장을 방문하는 활동을 할 때만 해도 김 씨는 기성 언론이 소홀히 한 분야에 관심을 환기시켰다는 점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그러나 반값등록금 시위 이후 한진중공업 파업사태 등 곳곳에 얼굴을 비추면서 영화나 드라마보다는 뉴스 현장에 더 자주 나타나는 배우라는 비아냥도 받는다.

MBC가 사회적 쟁점에 대해 특정단체의 의견을 공개적으로 지지 또는 반대하는 발언이나 행위를 한 경우 고정출연을 제한하는 새 심의규정을 만들었다. 이 규정으로 김 씨의 라디오 고정패널 내정이 취소됐다. 즉각 조국 서울대 교수, 소설가 공지영 이외수 씨 등이 반발해 MBC 출연거부를 선언했다.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사회적으로 첨예하게 대립된 이슈에서 한쪽 편을 든 연예인을 출연시키면 MBC가 그런 극단적인 견I해를 지지하는 것으로 시청차들이 오해할 수도 있다. 연예인뿐만 아니라 교수 의사 등에도 해당하니까 연예인을 특별히 차별대우하는 것도 아니다.

판단력이 흐린 청소년들에게 연예인의 발언은 파급력이 크다. 광우병 파동 때도 몇몇 연예인들이 비과학적인 선동을 해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미쳤다. 공중의 전파를 사용하는 방송은 개인이 돈을 투자해 만드는 영화나 공연과는 달리 출연 연예인의 선정기준에서 더 엄격한 것이 당연하다. 사회참여 연예인이라는 뜻으로 소셜테이너(socialtainer)란 말이 한국에서 유행한다. 영어에도 없는 국적불명의 말이다. 우리처럼 국내의 정치적 이슈만 따라다니는 연예인이 아니라 수단 다르푸르 평화활동을 펴는 조지 클루니 같은 진정한 사회참여 연예인을 보고 싶다.

송 평 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