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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계 자금줄 틀어쥔 강경파, 한미에 기대는 대화파 밀어내

후계 자금줄 틀어쥔 강경파, 한미에 기대는 대화파 밀어내

Posted February. 18, 2011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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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벽두부터 남한에 대화를 구걸하다시피 하던 북한이 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대령급 군사실무회담 테이블을 박차고 나간 것은 북한의 대화파가 분위기를 잡아가다가 결국 강경파가 나서 분위기를 확 바꿔 버린 사례다.

정부 소식통 A 씨는 17일 북한 내부를 보는 흥미로운 시각을 내놓았다. 북한의 대남 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당 통일전선부와 대미 정책을 담당해 온 내각 산하 외무성, 그리고 군부 등 3대 권력기관이 대외정책을 놓고 갈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북한 3대 권력기관 간 끊임없는 갈등

이 소식통은 군사실무회담이 결렬된 원인에 대해 회담 참가자들에 따르면 북측은 오전까지 남측 주장을 수용할 듯한 인상이었다. 그런데 오후 들어 갑자기 분위기가 바뀌었다. 대령급 회담은 (평양에 있는) 고위급이 리모컨으로 조종하는 것이다. 오후에 북한 강경파가 어택(공격) 스위치를 누른 것이다라고 해석했다.

다른 소식통 B 씨는 이는 전혀 새로운 것도 놀랄 일도 아니다라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뇌혈관계 질환으로 쓰러졌던 2008년 8월 이후 북한 군부는 통전부와 외무성이 각각 남북, 북-미 대화를 시도할 때마다 무력도발을 일으켜 판을 깨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대남 대화공세는 통전부가 주도했다. 이에 맞춰 외무성도 미국에 2009년 3월 중단된 인도적 식량 지원을 요구했다. 군부도 이에 동참하는 듯했지만 결과는 군사실무회담 결렬이었다. 군부는 이미 지난해 3월 천안함 폭침사건과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로 통전부와 외무성의 대외관계 개선 노력을 물거품으로 만든 바 있다.

국내 자원 독점한 군부, 대화 원하지 않아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 두 차례 국방장관 회담에 응했던 북한 군부가 이명박 정부 들어 대화의 훼방꾼으로 돌변한 것은 김 위원장의 건강 이상이 촉발한 3남 김정은으로의 3대 세습이 핵심 원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지도부가 2012년 강성대국 진입과 함께 3대 세습을 공식화하는 잔치를 하려면 엄청난 규모의 자금이 필요하다. 3대 기관은 이 돈의 일부를 조달해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충성경쟁을 해야 할 필요성이 다분하다.

이런 경쟁에서 군부는 훨씬 수월한 게임을 할 수 있다. 통전부와 외무성이 남한 및 미국과의 대화를 통해 경제적 지원을 받아야 하는 데 반해 군부는 국내의 경제적 자원을 활용해 자체적으로 돈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군부대는 김 위원장이 지정한 광산과 어장 등을 경영해 달러벌이를 할 수 있고 1990년대 경제난 속에서 시장 세력들에 전기나 원유 등을 대주고 거액을 챙겼다고 말했다.

따라서 군부는 가능한 한 경쟁자의 대외 수입을 막고 고립된 상태에서 후계체제를 진행하는 것이 조직의 이익에 맞는 셈이다.

권력기관 등에 타고 흔들리는 김씨 부자

대북 소식통 C 씨는 내년이면 70세가 되는 늙고 병든 김 위원장과 20대 후반으로 아직 경험이 없는 정은은 상황에 따라 3대 기관의 손을 번갈아 들어주고 있고, 이것이 국가 대외정책의 혼란으로 표출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한기범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은 한 논문에서 최근 상황과 유사한 북한판 관료정치 모델을 제시한 바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그레이엄 엘리슨이 제시한 외교정책 결정 과정의 관료정치 모델같이 북한 권력기관들은 저마다 자신의 이해관계를 추구하고 최고지도자는 상황에 따라 다른 기관의 손을 들어주며 권력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한 전 차장은 군부가 대화를 꺼리는 것은 당연하지만 올해 신년 대화공세를 결정한 김 위원장의 판단이 근본적으로 바뀌었는지는 신중하게 봐야 한다며 3대 세습을 위해 국제사회의 경제적 지원이 필요한 만큼 군부가 반대하더라도 대화 기조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신석호 윤완준 kyle@donga.com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