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북핵포기 없인 대화 없다 싸늘한 오바마

Posted August. 07, 2009 08:19,   

ENGLISH

눈물샘을 자극한 귀환 드라마가 끝나자마자 버락 오바마 미국 행정부가 내놓은 일성()은 변한 건 없다였다. 빌 클린턴이란 거물이 주연한 여기자 구출 드라마가 자칫 수개월간 공들여 쌓아온 대북 제재 공동전선을 흐트러뜨리고 잘못된 메시지를 주는 걸 염려라도 하는 듯 원칙을 더 강조하는 분위기다.

오바마 대통령(사진)은 5일 NBC방송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번 방북이 인도적 임무임을 매우 명확히 해왔다며 그동안 북한에 관계 개선의 길이 있음을 말해왔다. (그것은) 더는 핵무기를 개발하지 않고, 도발적 행위를 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아프리카를 순방 중인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같은 방송에서 클린턴 방북이 북핵문제의 전기로 이어질 수 있지 않느냐는 질문에 그것은 이번 방북의 목적이 아니었다. 분명히 이번 방북은 우리가 기대할 어떤 것도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북한이 올바른 선택을 하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백악관과 국무부 대변인 브리핑도 같은 톤이었다. 상황은 여전히 엄중하며 변한 건 없다는 메시지가 일제히 쏟아진 것이다.

정통한 소식통은 여기자 석방을 위한 특사 파견이 논의되기 시작한 건 지난달 중순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이전부터인데 그때부터 오늘까지 오바마 정부의 입장은 일관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끝없이 곤두박질쳐온 미북 관계가 가까운 장래에 반전할 가능성은 열려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비단 이번 방북 때문이 아니라 최근 몇 주간 북한 지도부 내에서 대화를 모색하는 조짐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도발도발대화도발(---)이라는 전형적인 북한의 행동 사이클이 반복되고 있다고 워싱턴은 보고 있다.

클린턴 전 대통령이 곧 오바마 대통령에게 풀어놓을 (방북 보고) 보따리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월스트리트저널에 클린턴 전 대통령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에서 많은 주제에 대해 토론했다며 한국과 일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면 경제 외교적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점도 강조했다고 전했다. 김 위원장이 클린턴 임기 말 성사 직전까지 갔다 무산된 미북 정상회담을 오바마 대통령과 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오바마 대통령도 클린턴 전 대통령이 이번 여행에서 흥미로운 관찰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 행정부 관리들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오바마 대통령은 북한이 이미 약속한 걸 뒤늦게 이행하는 데 대한 대가로 보상을 주는 걸 용납하지 않을 것이지만 핵 이슈를 다룰 고위급 직접 접촉을 허용할 준비는 되어 있다고 말했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