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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 식량위기? 1인당 쌀 구매량 제한

Posted April. 25, 2008 0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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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 증가로 쌀 판매량을 제한하오니 양해 바랍니다.

23일 미국 워싱턴 근교의 대형 유통매장인 샘스클럽을 찾은 교포 스텔라 김(45) 씨는 이 같은 안내 문구를 보고 당혹감을 느꼈다. 직원에게 문의하자 1인당 약 9kg(20파운드)짜리 자루 4개까지만 살 수 있다는 설명이 되돌아왔다.

김 씨는 어차피 그렇게 많이 살 생각은 없었지만 제3세계 식량위기 운운하던 게 미국에도 상륙하나 싶어 착잡했다고 말했다.

세계 곳곳에서 식량위기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미국의 대형 유통업체들도 고객의 쌀 구매량을 통제하기 시작했다.

월마트 계열의 할인매장인 샘스클럽과 코스트코의 일부 점포는 23일부터 쌀과 밀가루의 다량 구매를 제한하고 나섰다.

이보다 규모가 작은 유통체인인 BJ의 대변인도 아직 통제 계획이 없지만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언제든 구매량을 통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물론 미국에서 아직 쌀 공급 부족 현상은 없다. 유통업체들의 조치는 식당 등 사업자 고객들의 사재기에 대비한 것으로 해석된다.

코스트코의 제임스 시너걸 대표는 로이터통신과의 회견에서 최근 열흘간 쌀과 밀가루의 판매가 급증했고 일부 매장에서는 재고 부족을 빚고 있다며 하지만 전체 공급 물량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미국 쌀 연맹 대변인은 AP통신 회견에서 일부 식당 주인들이 가격 상승에 대비해 쌀을 다량 구매하는 현상은 있을지 몰라도 전반적인 공급부족 조짐은 없다고 밝혔다.

세계 쌀 가격은 올해 들어 68% 올랐고 미국 내 일부 소매점에서도 몇 주 동안 2배 이상 뛰었다.

현재 전 세계적인 쌀 가격 상승 현상은 인도, 중국 등의 수요 증가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중국 인도 베트남 이집트 등 쌀 수출국들이 국내 수요 증가로 수출을 통제하고 있으며 태국도 곧 이 같은 움직임에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티에선 이달 들어 식량폭동으로 6명이 숨지고 보트난민이 속출하고 있다.

한편 베네수엘라 쿠바 볼리비아 니카라과 등 중남미 4개국은 23일 1억 달러 규모의 식품안정기금을 조성해 식료품 가격 폭등에 공동 대처하기로 합의했다고 AP통신이 전했다.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등 좌파 4개국 지도자는 이날 베네수엘라 카라카스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식품안정기금 조성과 함께 농업개발사업을 공동으로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차베스 대통령은 최근의 식량 위기는 자본주의 모델의 역사적 실패를 가장 잘 보여주는 사례라며 유통 네트워크를 정비해 중간상과 투기꾼으로부터 농락당하는 사태를 막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 자크 디우프 총재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990년대에 개도국의 농업 부문 지원이 절반 이하로 감소했다며 현 위기는 20년간 축적돼 온 잘못된 정책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이기홍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