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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당선인 정부개편 원안대로 타협 말라

Posted January. 24, 2008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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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당선인은 정부조직 개편안의 국회 처리 문제와 관련해 원안대로 통과시켜 달라고 한나라당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이 당선인의 입장은 일부 부처 통폐합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이 반발하고, 노무현 대통령이 전날 국무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시사한 가운데 나온 것이다. 이에 따라 극적인 돌파구가 없을 경우 장관 없이 정부 출범(다음달 25일)을 맞는 초유의 국정공백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부조직 개편안은 양보 못해=인수위 관계자는 이날 이 당선인이 정부조직 개편안은 양보할 수 없으니 원안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뜻을 한나라당 원내대표단에 전달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 당선인이 필요하다면 대통합민주신당 의원들에게도 일일이 전화를 걸어 법안처리에 협조해줄 것을 당부할 생각은 갖고 있다면서도 개편안을 심의도 하기 전에 수정 또는 거부권 운운하는 데는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주호영 당선인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장관 없이 갈 수 밖에 없다는 대목에 대해서는 당선인의 말이 아니다고 설명했으나 당선인 측 기류는 그와 다르지 않다는 게 측근들 전언이다.

인수위 핵심관계자는 주방장(대통령)이 새로 바뀌었으면 그가 최상의 요리를 내놓기 위해 어떤 접시(정부조직)를 쓸 것인지는 맡겨줘야지, 카운터(야당)나 손님들이 요리도 나오기 전에 이 접시는 안 된다고 생짜(억지)를 부려서야 일이 되겠느냐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밥그릇 지키기를 위해 이해집단의 개편 반대 운동을 조장하거나, 대통합민주신당에 찾아가 개편안에 반대해줄 것을 요청하는 일부 부처의 행태에 이 당선인이 몹시 짜증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당선인은 조만간 당 원내대표단과 행자위 소속 위원들을 시내 모처로 초청해 만찬회동을 갖고 국회 차원의 강력한 대처를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관 임명 못한 새 정부 출범하나=노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시사 언급에 대해 대통합민주신당 손학규 대표는 적절치 못한 자세라고 거리를 두면서도 한나라당의 조기 통과 요구 또한 일축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당초 인수위측이 정한 처리시한(이달 28일)내 개편안의 국회 통과는 사실상 어려운 현실이다.

정부조직 개편작업이 완료되지 않으면 각료 인선이 끝난다 해도 조각() 명단을 발표할 수 없다는 게 인수위의 설명이다. 13부2처의 조직개편안이 확정돼야 새 부처에 맞는 각료들을 임명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18부4처 체제의 현행 정부조직에 맞게 각료인선을 한다면 이후 정부조직 개편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 있다는 딜레마에 빠진다.

따라서 이 당선인 측은 총리와 각료 명단을 거의 동시에 발표한다는 당초 방침을 바꿔 조직개편안 처리와 관계없는 총리부터 이달 말까지 내정하고 각료 인선은 법안 통과 이후에 발표키로 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대통합민주신당이 요구하는 45개 정부조직 개편 관련 법안의 소관 상임위별 심사 요구를 수용키로 했다.

행정자치위의 일괄심의가 아닌 개별 상임위별 심의는 발목잡기 의도라는 판단에도 불구하고 향후 정부조직 개편과 조각이 지연될 경우 대통합민주신당의 정치적 책임이라는, 일종의 명분쌓기용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인수위 측은 최근 자체 여론조사 결과 정부조직 개편안에 대한 찬성 비율이 70%에 육박했다는 점에 힘을 얻어 이날부터 언론 인터뷰나 대담 출연 등 대대적인 여론전도 전개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법안처리를 맡은 한나라당은 2월초 개정안의 국회 처리를 압박하되 대통합민주신당이 끝가지 합의를 해 주지 않을 경우 뾰족한 방법이 없다는 점을 고민하고 있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이날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통폐합 대상이 되지 않는 장관의 인사청문회만 개최하고 다른 부서는 차관 체제로 총선까지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작고 효율적인 정부 구성이라는 기본 골격을 벗어나는 요구가 계속된다면 어쩔 수 없이 비상국면을 맞게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 비상 국면은 4월 총선 이후 새 국회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는 사태를 뜻한다.



박성원 허진석 swpark@donga.com jameshu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