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또 폐교 위기 태안 파도초등교생 42명의 새해 소망 기름 빨리 걷혀

또 폐교 위기 태안 파도초등교생 42명의 새해 소망 기름 빨리 걷혀

Posted December. 31, 2007 05:29,   

ENGLISH

다시 이사해야 할지 모른대요. 엄마, 아빠랑 굴도 따고 게도 잡아 정이 많이 들었는데. 새해에는 꼭 깨끗한 바다가 돌아왔으면 좋겠어요.

충남 태안군 소원면 파도초등학교 3학년 최민용(9) 군의 새해 소망은 바다와 해변의 검은 기름때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30일 흰 눈이 소복이 덮인 해변가에 신이 나서 친구들과 나가봤지만 쌓인 눈 밑에 남은 검은 모래 때문에 최 군은 다시 우울해졌다.

민용 군의 아버지 장렬(37) 씨는 2005년 봄 경기 수원시에서 고향인 파도리로 이사했다. 회사원 생활을 접고 수협에서 3000만 원을 빌려 파도리 해수욕장 한쪽에 횟집을 차렸다.

청정해역의 해변이 가깝고 자연산 회를 쓴다는 소문이 돌아 성수기에는 100석이나 되는 횟집이 가득 차기도 했다. 하지만 7일 원유 유출 사고 이후 가게 분위기는 썰렁하게 변했다.

민용 군의 학교 친구들도 대부분 이처럼 어두운 집안 분위기 때문에 걱정이 많다.

가족회의를 했다. 어떻게 하면 돈을 아낄까 하는 것이었다. 나는 전등 수를 줄이고 머리 감을 때 물통에 물을 담아서 쓰자고 했다. 아빠는 너까지 신경 쓰지 말아라 하셨지만 내년에는 언니도 고 3이라 돈이 많이 들어갈 텐데.

이 학교 5학년 김다솔(11) 양은 최근 일기장에 이렇게 썼다. 파도초교를 비롯해 태안지역 초등학생들은 방학인데도 학교에 나가고 있다. 학교 측이 방제작업에 바쁜 부모들을 위해 방학 동안에도 학생들이 학교에 나오도록 했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번 기름유출 사고는 이들이 다니는 학교의 운명까지 바꿔놓을지 모른다.

파도초교는 지난해 3월 학생수가 31명으로 줄어 충남교육청에서 폐교 권고를 받았다. 하지만 마을 주민들은 폐교를 막기 위해 초등학생 자녀를 데리고 이사 오면 어업권을 주고 빈 집을 수리해 정착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홍보했다.

홍보는 효과를 거둬 지난해 7세대가 이 지역으로 이사왔다. 초등학생이 11명 늘면서 폐교 얘기도 쑥 들어갔다. 하지만 이번 사고로 이주해온 사람들 뿐 아니라 기존 주민까지 언제 마을을 떠나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 됐다.

파도초교 임상순 교감은 학생수가 적은 학년이 있어 1, 2명만 전학을 가도 교사가 줄면서 복식수업을 할 수 밖에 없고 과목별 전담교사도 없어진다고 답답해했다.

주변 모항초교의 문향숙 교사도 전학을 갈지 모른다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고 했다.



지명훈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