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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짱이처럼 가는 거야 재밌게~신나게~

Posted September. 20, 2007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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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엔 인생의 고삐를 놓지 않으려 발악했죠. 분노에 찬 젊은이들에겐 우리 노래가 일종의 반항가였을 거예요. 이제는 (고삐를) 놓으려면 놓고 말면 마는 거지 어차피 네 인생인 걸.(웃음) 그냥 힘 빼고 인생을 노래하고 싶었어요.(이성우보컬)

좀 더 넓어진 품으로 객기를 버리니 여유를 얻었다. 11년차 인디 록밴드 노브레인이 2년 만에 5집을 냈다. 여전히 거칠고 강렬한 사운드로 빼곡한 17곡은 듣는 것만으로 숨이 찰 것 같다. 하지만 천천히 가사를 들여다보면 인생, 추억, 젊음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온다.

타이틀곡도 그것이 젊음. 산다는 게 뭔지 고민만이 가득 찬 그대 좌절은 변기에 버려라고 시작하는 노래는 나이 불문하고 가슴이 타오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찬가다. 리더 이성우가 경남 고향 마산에서 상경한 후 10년을 자전적으로 노래한 컴 온 컴 온! 마산 스트리트여!를 비롯해 쿤타와 슈가플로우의 코러스가 흥을 돋우는 내일로 내일로는 내일로 모든 걸 미뤄버리고 흐름에 인생을 맡기자는 노브레인표 음악.

18일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만난 노브레인은 행사 무대 리허설을 앞두고 있었다. 요즘엔 홍익대 공연보다 인기 가수들과 함께 행사 무대에 서는 일이 많아졌다며 내년 하반기엔 베트남 진출도 계획 중이라고 했다. 2005년 4집을 낸 후 이번 5집을 만들기까지 이들에겐 영화 라디오 스타가 있었다. 극중 철없는 시골 록밴드 이스트 리버로 출연하며 인상적 연기를 선보인 이들은 신인배우이자 동시에 인기 밴드로 거듭났다. 하지만 가수가 데뷔 10년 만에 음악이 아닌 영화로 떴다는 사실은 분명 아이러니였다.

음악으로 승부가 안 되니까 영화로 떴다고 비난도 받았죠. 하지만 저희가 조폭(조직폭력배)을 연기한 것도 아니고 노브레인 그대로를 보여 줬잖아요. 비록 연기는 다시 봐도 어색하지만 선배님!이라고 외치는 그 대사는 비도 세븐도 저희처럼 못할걸요.

광고도 두 편이나 찍고 어려운 밴드 친구들을 먹여 살릴 수 있을 만큼 살림살이도 나아졌지만 그만큼 부담도 늘어났다. 무엇보다 인디밴드의 날선 저항정신을 버렸다는 비판도 따랐다. 하지만 1000원짜리 끼니로 배를 두드리던 시절을 겪어낸 이들은 그런 비판조차도 여유롭게 되받아친다.

록이라고 하면 무조건 거칠고 반항적이고 배고프고 가죽잠바를 떠올리는데 그건 록의 한 단면일 뿐이에요. 오히려 집에서 부모님 말씀 잘 듣다가 무대에서는 소리 지르고 반항하는 게 무슨 록이에요, 가짜 록이지. 저희는 즐거운 진짜 록을 할 거예요.(정재환베이스)

아무 생각 없이 음악만 하고 싶어 지었다는 이름 노 브레인. 그들의 역할 모델도 항상 웃으면서 끝까지 달려 주시는 설운도 선배님이란다. 확실한 딴따라 광대라고 자신을 규정하는 그들은 인터뷰를 끝내면서 신()개미와 베짱이 이야기를 들려줬다.

다들 베짱이가 게으르다고 알고 있지만, 사실 개미의 흥을 돋우어서 일을 재밌게 할 수 있게 도와주는 건 베짱이잖아요. 개미가 열심히 먹이를 나른 만큼 베짱이도 세상에서 필요한 일을 하고 있는 거예요. 게다가 그 악기 아무나 칩니까? 연습하려면 얼마나 힘들었겠어요.(황현성드럼)



염희진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