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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참여정부의 미술 취미

Posted September. 17, 2007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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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 부부는 2005년 11월 경남 통영 출신의 원로화가인 전혁림 씨의 개인전을 관람했다. 이듬해 3월 청와대 접견실에 걸린 전 화백의 통영항()이 노 대통령이 그때 주문한 그림이다. 가로 7m, 세로 2.8m의 대작인 이 그림은 TV에 청와대 행사가 보도될 때 이따금 대통령 뒤쪽에 비친다. 참여정부의 실세인 이해찬 대통합민주신당 경선후보는 재산공개 때 13점의 미술품을 신고했다. 그는 휴일에 미술전시장을 즐겨 찾는다는 소식이다.

청와대는 갤러리와 미술관이 밀집한 인사동과 삼청동에 인접해 있다. 권부()의 다른 인사들도 전시장을 찾는 모습이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어느 사회든 미술품 컬렉션은 성공의 상징이다. 고가의 미술품은 명품 소비보다 한 단계 차별화된 상류층의 전유물이다. 인권 변호사나 운동권 시절엔 생각도 못했을 참여정부 인사들의 미술 취미는 전부터 기득권 집단에 올랐다는 문화적 기호로 읽힐 만하다.

조선시대에도 정치가들은 거의 전부가 미술애호가였고 스스로 화가이기도 했다. 조선을 대표하는 화가인 겸재 정선은 전국 여러 곳의 현감을 지낸 사대부 출신이다. 조선시대 왕들은 프로를 능가하는 그림과 글씨를 남겼다. 숙종 영조 정조 등은 서화에 일가를 이뤘던 군주이다. 이들에게 미술은 필수 교육과정이었다. 왕과 선비들은 유교 경전 이외에 시() 서() 화()를 의무적으로 배웠다. 목적은 수기치인(). 즉 완전한 인격체를 이루기 위함이었다.

조선시대의 미술 취미가 예술 훈련을 통한 자기수양을 지향했다면 참여정부 사람들은 호사와 권력 누리기의 냄새를 물씬 풍긴다. 변양균 전 대통령정책실장은 가짜 박사 큐레이터 신정아 씨와 인연을 맺은 뒤 사련()에 눈이 멀어 할 일, 못할 일을 가리지 않았다. 현 정권이 초창기부터 허약한 국정운영 능력을 드러낸 뒤 그나마 내세울 거라고는 도덕성뿐이었지만 측근 비리로 그마저 허망하게 무너져 내리고 있다. 콘텐츠가 없는 사람들이 상류층의 미술 취향을 흉내 내다 미술계를 오염시켰다.

홍 찬 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