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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투명한 학교

Posted April. 30, 2007 0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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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고, H고, K고 중 어느 학교가 대학 진학률이 높은가요? 이번에 Y고 걸렸는데요. 2000년 이후 수시 정시로 서울대에 몇 명이나 갔죠? 인터넷 포털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질문들이다. 학생들은 어느 학교가 공부 잘 시키는지를 가장 궁금해한다. 자신도 하면 된다는 희망이 생기기 때문이다. 어떤 누리꾼은 J고는 H고, K고를 따라가지 못한다거나 별로 못하는 걸로 알고 있다 등 나름대로 답을 달지만 사실 확인은 어렵다. 투명성을 강조하는 나라 대한민국에서 그런 학교 정보는 공개돼선 안 될 비밀인 탓이다.

조전혁(인천대 교수) 자유주의교육운동연합 상임대표 등이 지난해 초중고교생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와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원자료를 공개하라고 교육인적자원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학교별 성적 격차가 존재한다는 건 공공연한 현실이고, 이를 공개해야 격차 개선의 길도 찾을 수 있다는 취지였다. 법원은 수능시험 원점수를 공개하라는 1심 판결(작년 9월)에 이어 27일 초중고교생의 학업성취도 평가 결과도 공개하라는 2심 판결을 내렸다.

고법 재판부는 국가는 국민에게 능력에 따른 균등한 교육을 제공할 헌법상 의무가 있다며 과도한 입시 경쟁과 공교육 파행, 사교육 의존 등의 현 실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라도 자료 공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정보를 숨김으로써 보호되는 교육 당국의 이익보다는 공개함으로써 보호되는 국민의 이익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학교 망신은 잠깐이지만 그 덕에 정부 지원받고 경쟁력 있는 교육을 한다면 두루 이익이다.

그런데도 교육부는 학교 정보가 공개되면 학교 간, 지역 간 과열 경쟁과 서열화로 교육과정을 정상 운영할 수 없다며 상고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두려운 것은 무리한 평준화 정책의 실패를 자인()해야 한다는 점, 학력 격차가 없다는 가정() 아래서만 가능한 내신 등급 대입제도를 부정()해야 한다는 점 등일 것이다. 이 정부는 스스로 투명하지도, 진정으로 국민을 위해 솔직하지도, 헌법정신과 법원의 판결에 겸허하지도 않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