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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 은퇴자도 동남아서 살련다

Posted March. 31, 2007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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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플로리다에서 교사로 일하다 은퇴한 잭 사이먼 씨는 필리핀 페낭에 정착했다.

멕시코나 칠레보다 동남아시아가 훨씬 저렴하고 삶의 질도 좋다는 것이 그의 판단. 연금이 유일한 수입원인 그는 월 1500달러(약 140만 원) 정도만 있으면 페낭에서 골프를 치고 외식도 즐기는 생활을 할 수 있다고 말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리처즈 씨 부부나 사이먼 씨 같은 미국과 유럽의 은퇴자들이 제2의 인생을 위해 동남아시아로 몰려들고 있다고 30일 소개했다. 태국 필리핀 말레이시아는 얼마 전까지 아시아 실버 이민자들 사이에 인기가 높았지만 최근 미국, 유럽의 은퇴자들까지 가세하게 된 것. 과거 미국 유럽의 실버 세대는 노후 거주지로 비교적 거리가 가까운 남미나 남부 유럽을 선호했지만 이민 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생활수준이 빠르게 향상되는 동남아로 눈을 돌리고 있다.

은퇴비자로 말레이시아에 살고 있는 외국인은 1990년대 말 50여 명에서 지난해 8700여 명으로 급증했다. 필리핀의 은퇴비자 발급은 지난 한 해에만 1300여 건에 달한다. 1990년대 말 동남아에서 거의 찾아볼 수 없었던 미국 유럽의 은퇴 이민자는 6, 7년 만에 전체 은퇴 이민자의 1520%를 차지할 정도로 늘어났다.

미국 유럽 은퇴자들이 동남아를 선호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저렴한 물가다. 그러나 미국 유럽 이민자들에게는 사회 서비스도 경제적인 문제만큼 중요하다. 동남아는 미국 유럽 이민자들이 살기에 영어 사용이 비교적 용이하고 외국인 학교도 잘 갖춰졌으며 의료 및 레저 시설도 예상 외로 양호한 편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지적했다.

동남아 정부들도 씀씀이가 큰 미국 유럽 은퇴자를 적극 유치하기 위해 이민 수속 프로그램을 간소화하는 추세다.

말레이시아는 지난해 이민 수속을 전담하는 나의 두 번째 집(MSH) 프로그램을 관광부 내에 설치했다. 필리핀은 올해부터 은퇴 이민자에게 요구하는 예치금을 절반으로 줄였으며 태국은 고정적인 월수입이 있을 경우 아예 예치금 규정을 폐지했다.

말레이시아 MSH 프로그램의 라이 쉐브렌 대변인은 아시아와 미국 유럽을 거쳐 중국의 거대한 중산층 은퇴 인구를 유치하는 것이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정미경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