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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비웃듯 집회 강행 여론 겁난듯 행진 철회

여론 비웃듯 집회 강행 여론 겁난듯 행진 철회

Posted November. 13, 200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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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통체증을 유발하는 도심 집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진 가운데 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이 12일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 등에서 2006 전국 노동자대회를 열었다. 이날 집회는 15일 4시간 총파업을 예고한 민주노총의 사실상의 결의대회. 그러나 시위 현장에서 민주노총은 당초 예정됐던 차도 행진을 자진 철회하는 등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을 보였다.

이날 집회에 앞서 경찰청은 당초 민주노총이 집회장소로 신고한 세종로 사거리에 대해 도심교통을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허가하지 않아 민주노총은 서울광장으로 집회장소를 옮겼다.

큰 교통체증 없이 끝난 도심집회=민주노총은 이날 서울광장과 서울역 앞,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을지로 훈련원공원, 청계광장 등 모두 5곳에서 집회를 가졌다.

이날 오후 3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린 2006년 전국 노동자대회에 앞서 마로니에공원에서는 조합원 8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민주노총 산하 덤프 화물연대가 사전 집회를 가졌지만 계획했던 차도 행진을 스스로 철회했다.

덤프화물연대 지도부는 당초 마로니에공원에서 종로5가까지 1km를 3개 차로로 행진한 뒤 종로5가에서 서울광장까지는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예상보다 참가자가 늘어나자 현장에서 차도 행진을 철회하고 버스를 이용해 서울광장과 여의도 문화마당으로 이동하기로 결정한 것. 덤프화물연대 측은 점심시간에 집회 참가자들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며 도시락을 먹자 폴리스라인을 넘지 말고 줄을 맞춰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노동자대회에 앞서 서울역 앞에서 3000여 명이 모여 집회를 연 민주노총 산하 공공연맹은 당초 집회신고 내용처럼 폴리스라인을 넘지 않고 2개 차로만을 이용해 2km를 걸어서 서울광장까지 이동했다.

공공연맹 측은 특히 차도 행진을 시작하기에 앞서 교통 방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빠른 걸음으로 이동해 줄 것 행진 중 경찰이나 시민들을 자극하는 구호는 자제해 줄 것을 집회 참가자들에게 요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평소 50분가량 걸리던 공공연맹의 서울역서울광장 거리 행진이 이날은 30분 만에 끝났다. 박생수 서울지방경찰청 교통정보센터장은 집회 참가자들이 협조를 잘해 줘 대규모 도심집회였는 데도 심한 교통 정체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시는 당초 이날 오후 2시부터 서울광장에서 열릴 예정이던 문화공연 일상의 여유-휴 콘서트를 취소해 만약의 충돌을 막았다.

이날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에는 1만7000여 명이 모였으며, 집회 참가자들은 오후 5시 10분경 자진 해산했다.

민주노총 달라질까?=이날 도심 대규모 집회를 준법집회로 마무리한 것에 대해 민주노총 측은 여론을 살피지 않을 수 없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민주노총 우문숙 대변인은 국민 여론이 좋지 않다는 지적에 대해 집행부도 다양한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혀 집행부에서도 기존 투쟁 방식의 변화를 모색하고 있음을 내비쳤다.

그러나 민주노총의 여론 살피기가 앞으로도 계속될지는 쉽게 단정하기 어려운 상태.

민주노총 산하 덤프연대 장현수 교육선전부장은 민주노총 집행부 차원에서 오늘 집회는 평화적으로 하겠다고 방침을 정했기 때문에 준법집회를 했다며 경찰이 앞으로 평화적인 집회를 계속 금지하면서 집회 주최 측의 양보만 요구한다면 평화시위가 계속된다고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민주노총은 내년 1월 새 위원장 선거를 앞두고 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는 민주노총 투쟁 방식의 변화나 새로운 노동운동 가능성은 위원장 선거 운동 과정에서 뚜렷하게 제기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종석 임우선 wing@donga.com ims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