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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하얼빈 안중근 동상 사라졌다

Posted March. 23, 2006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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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중근() 의사를 돌려 달라.

안중근 의사 서거 96주년(의거 97주년)을 맞아 올해 1월 중국 하얼빈() 시 중심가인 중양다제()의 광장에 세워졌던 안 의사의 동상이 거리에서 사라졌다.

중국 중앙정부의 지시로 설치 10일 만에 강제 철거된 것.

하얼빈은 안 의사가 일제의 한국 침탈에 앞장 선 이토 히로부미()를 권총으로 사살해 한민족에 민족적 자부심을 일깨워 준 역사적인 도시로, 26일은 1910년 안 의사가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지 96년이 되는 날이다.

이에 따라 안중근 의사 숭모회(이사장 황인성 전 국무총리)와 개인사업가 이모 씨 등은 1월 16일 하얼빈 중심가인 중양다제의 광장 공원에서 4.5m 높이(기단 2m)의 안 의사 동상 제막식을 열었다.

이곳은 안 의사가 의거를 일으켰던 하얼빈 역에서 200300m 떨어진 지점으로 안 의사를 상징하는 손바닥 직인이 기단 부분에 커다랗게 찍혀 있어 멀리서 봐도 바로 알아볼 수 있도록 제작됐다.

그러나 중국 중앙정부는 외국인 동상 건립을 불허한다는 기존의 방침을 내세워 제막식이 있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동상을 천으로 둘러싸 행인들이 볼 수 없도록 했고, 이어 백화점 안으로 옮기도록 지시했다. 거리에 서 있었던 기간은 불과 열흘 밖에 안 됐다.

이와 관련해 하얼빈의 중양다제를 다녀 온 한 사업가는 안 의사 서거 96주년이 되는 해에 하얼빈 최대 번화가에 동상이 건립됐다고 해서 일부러 찾아갔으나 백화점 한 구석에 내버려져 있어 실망스러웠다며 민간에만 맡기지 말고 정부가 나서 안 의사 동상이 제자리를 찾도록 외교적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숭모회 관계자는 안 의사 동상 건립을 허락한 하얼빈 시 정부가 동상의 외부 노출을 반대하는 중국 중앙정부와 계속 협의하고 있다며 올해 안으로 다시 원 위치로 옮겨지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의거 현장인 하얼빈 역에는 관련 표지판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안 의사의 흔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일본인들은 안 의사의 의거 이후 이토를 기리는 뜻에서 그의 흉상을 하얼빈 역 내 피살 지점에 세운 적이 있었으나 1945년 패망 직후 중국 정부가 철거했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여러 민간단체가 수차례 하얼빈에 안 의사 동상 건립을 추진했으나 번번이 무산돼 동상 건립 자체가 상징적인 사건으로 여겨졌다.

동상 건립이 성사된 배경과 관련해 숭모회 측은 개인사업가인 이 씨가 하얼빈 중양다제에 세워지는 신설 백화점에 상당 금액을 투자함에 따라 하얼빈 시 정부가 백화점 앞에 안 의사 동상 건립을 허락했다고 밝혔다.

숭모회는 사유지 내 동상 건립 계획을 내세워 하얼빈 시 정부를 설득했고, 개인사업가 이 씨는 백화점 사업 투자와 더불어 공원 땅 일부를 사들이는 등의 노력을 기울였던 게 하얼빈 시 정부를 움직였다는 설명이다.



성동기 esp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