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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전선 부러운 노사관계 비결은

Posted January. 18, 20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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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적용을 받고 있는 생산직 직원(현재 300여 명)의 정년을 만 57세에서 59세로 2년 연장하기로 했다.

대한전선은 지난해 12월 26일 노사 간에 이런 내용의 합의를 했다.

고용 불안이 심각해지고 회사를 떠나야 하는 시기도 점점 빨라지는 세태에서 눈길을 끌 만한 내용이다.

이 회사에는 이 밖에도 임금피크제, 종업원지주제, 임금협상 회사 위임 등 다른 회사가 부러워할 만한 일이 잇따르고 있다.

우리는 상생()의 노사

조병철(55) 대한전선 노조위원장은 17일 본보와의 전화통화에서 대한전선 노사의 역사는 투쟁이 아니라 상생이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주력인 전선 사업은 지금은 정체돼 성장이 어려운 분야. 1997년 외환위기 여파로 비용 부담은 계속 커졌고 중국 등 후발 업체의 추격도 거세졌다.

하지만 이 위기가 대한전선에는 새로운 기회가 됐다. 다투다 망하느니 힘들더라도 허리띠 졸라매고 같이 살자는 데 뜻을 모은 것.

노조는 2003년 8월 회사에 생산직 직원에 대한 임금피크제 도입을 제안했다. 임금피크제는 정년을 보장하지만 일정한 나이가 되면 단계적으로 임금이 줄어드는 제도.

추가 구조조정을 고려하고 있던 회사는 흔쾌히 이를 받아들여 국내 제조업체 가운데 처음으로 이 제도를 도입했다.

노조는 지난해 5월에는 회사에 5년 동안 임금 협상을 위임했다. 대신 회사는 900여 명의 직원에게 연봉의 절반에 해당되는 금액의 회사 주식을 회사 돈으로 사서 나눠 주는 종업원지주제를 도입했다.

이어 이번에는 임금피크제 대상 직원들의 정년을 2년 연장했다.

기업은 성장하고 고용은 안정되고

지난해 창립 50년이었던 대한전선은 지금까지 한 번도 월급을 제때 지급하지 않은 날이 없다. 회사에 대한 직원들의 신뢰는 두텁고 노사 관계도 큰 마찰 없이 원만하게 유지됐다. 그 사이 회사는 50년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이번에 합의한 정년 연장도 지난해 하반기 노조가 제시한 고용 안정에 대한 추가 요구 사항을 회사가 받아들인 결과다.

하지만 정년 연장은 지속적인 구조조정과 비용절감 노력 때문에 가능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대한전선의 한 관계자는 기업 성장과 종업원 고용안정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함께 잡는 데 어느 정도 성공한 것 같다고 자평했다.



이상록 myzod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