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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가) 친구나라답게 월드컵 16강 함께 갔으면

(월드가) 친구나라답게 월드컵 16강 함께 갔으면

Posted January. 06, 2006 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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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임 전 한국의 역동성이 어디서 온 것인지 궁금했는데 국립중앙박물관을 돌아보고 독자적인 전통의 힘에서 온 것이라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필리프 티에보(51) 주한 프랑스 대사의 말에는 배움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그는 전통과 미를 결합하는 능력, 바로 오늘날 유럽인에게 부족한 것이 한국에 있는 것 같습니다라며 말을 이었다.

올해는 한국과 프랑스가 수교한 지 120주년이 되는 해. 5일 서울 서대문구 합동 대사관 집무실에서 그를 만났다. 지난해 10월 부임 이후 한국 언론과 인터뷰를 하기는 처음이라고 했다.

한-프랑스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요.

한-프랑스 수교 120주년 기념행사는 2004년 노무현() 대통령이 파리를 방문했을 때 양국 정상회담에서 결정된 것입니다. 지난 1년 동안 한국과 프랑스에서 나란히 행사를 준비해 왔습니다. 정명훈 씨 지휘로 양국에서 연주회가 번갈아 열립니다. 5, 6월에는 프랑스 과학의 주간 행사가 한국에서, 9월에는 한국 과학 주간 행사가 프랑스에서 열립니다. 문화행사도 많이 준비하고 있는데 루브르 박물관에서 소장하고 있는 명작의 한국 전시도 그중 하나입니다.

티에보 대사는 프랑스 쪽 행사의 슬로건은 코레 오 쾨르(Coree au Coeur)라고 소개했다. 한국이 우리 가슴 속으로란 뜻이다. 양국 준비위원회가 내놓은 한국 쪽 행사의 슬로건이 재미있다. 아자! 프랑스. 프랑스어 번역 없이 그냥 한국말로 아자! 프랑스로 정했다. 약간 짓궂은 생각이 들어 프랑스 사람들이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할 생각이냐고 물어봤다. 질문보다 대답이 싱거웠다. 그때는 Allez la France(파이팅 프랑스)라고 설명해 줘야죠.

한국인은 프랑스 하면 대중가요 샹송, 보졸레 누보 와인, 누벨바그 영화, 크리스티앙 디오르 같은 패션 상품을 떠올립니다. 예나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습니다.

그것도 긍정적인 이미지입니다만 양국 관계의 발전 양상에 비춰 봤을 때 이미지가 좀 더 다양해졌으면 합니다. 한국의 고속철도 KTX, 한국인이 타고 다니는 항공기 에어버스, 한국의 위성을 쏘아올린 로켓 아리안, 한국형 헬기 사업자로 결정된 유로콥터 등에는 프랑스 기술이 들어가 있습니다. 문화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생명공학 우주항공 등 첨단 분야로 협력을 확대하는 것, 이것이 양국 정상이 2004년 회담에서 강조한 미래지향적 포괄적 동반자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프랑스어에 대한 관심이 점점 줄어들고 있는 현상은 어떻게 보십니까.

감소 추세는 2000년대에 들어와 멈추고 있습니다. 연평균 90001만 명이 대학에서 프랑스어를 배우는데 이를 적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대학 외에 알리앙스 프랑세즈 같은 전문기관에서 배우는 사람의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습니다. 또 그냥 외국어가 아니라 전공 분야를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어를 배운다는 점은 긍정적인 변화입니다. 작년 첫 번째 유학박람회를 통해 그랑제콜 같은 고등전문교육기관을 소개했는데 반응이 좋았습니다. 올해에는 5월 두 번째 유학박람회를 개최할 계획입니다.

한국에 대해서는 어떤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습니까.

부임 전에 한국에 몇 차례 출장을 와 본 것이 고작이므로 한국을 잘 안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바깥에서 본 한국은 3040년간 가장 빨리 발전한 나라입니다. 한마디로 역동적입니다. 한국에 오기 전에 안 거의 유일한 한국말은 빨리 빨리였습니다. 빨리 빨리 역시 역동성의 한 측면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티에보 대사는 1980년 고위 관료를 배출하는 국립행정대학원(ENA)을 졸업했다. 파리정치학교(IEP)를 거쳐 1982년 멕시코 주재 일등서기관으로 본격적인 외교관 생활을 시작한 이래 벨기에 유럽연합 대표부, 뉴욕 유엔 대표부 등에서 근무했다. 1999년부터 서울 부임 직전까지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집행이사회 프랑스 대표를 역임했다.

승마와 럭비를 좋아한다는 티에보 대사는 축구는 잘 모르지만 독일 월드컵 예선에서 같은 조에 속한 한국과 프랑스가 함께 본선에 진출했으면 좋겠습니다고 말했다.



송평인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