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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드림의 명암

Posted October. 18, 2004 2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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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착 실태=현재 베트남 태국 필리핀 등 10개국 이상에서 산업연수생제도와 고용허가제로 한국에 온 외국인 노동자들은 40만명이 넘는다.

이들은 10여년의 기간에 지역사회에서 나름의 경제적 문화적 기반을 형성했다. 서울 영등포구 대림동 일대는 중국 조선족 출신들이 단단하게 터전을 잡았고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인들은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일대의 노점상권에 뿌리를 내렸다.

또 경기 안산시 원곡동은 거주민의 70%가 중국 국적일 정도로 집단 마을이 형성되기도 했다.

서울 동대문과 종묘 사이에는 네팔인들이 밀집해 살고 있고 동대문구 창신동 일대에는 달러 환전상을 하는 이란인들이 모여 살고 있다. 또 중구 신당동과 종로구 숭인동 일대에는 파키스탄인들이 쪽방을 중심으로 주거지를 형성하고 있다.

우려되는 부작용=외국인 노동자 중 다수는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성실하게 자신들의 꿈을 차곡차곡 키워가고 있다.

그러나 일부는 문화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고 갈등을 빚는 경우도 있다. 올해 2월 안산시 원곡동에서는 중국인들이 최대 명절인 설날 폭죽놀이를 떠들썩하게 벌이다 이를 이해하지 못한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과 싸움이 붙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또 여러 국적의 외국인들이 모여 있는 이태원에서는 손으로 밥을 먹는 것이 일상적인 인도인들을 향해 다른 외국인들이 욕을 해 간혹 싸움이 벌어지곤 한다.

더욱 큰 문제는 범죄. 세력화와 권역화를 통해 폭력조직화하려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특정 국가의 노동자 출신들로 조직된 H회는 서울 등 수도권 일대에서 자기 민족의 이익을 대변해 준다며 돈을 걷고 취업을 알선하는 브로커 역할을 하고 있다. 이들은 또 다른 외국인들이 상권에 접근하는 것을 막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실제로 경기 남양주시 일대의 가구단지에서는 밤이 되면 외국인간의 싸움으로 외출하기가 무섭다고 하소연하는 주민들이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경찰에 검거된 외국인 피의자는 2000년 3438명, 2001년 4328명, 2002년 5221명, 2003년 6144명으로 매년 20% 이상 증가해 왔다. 올해 들어서는 7월 말까지 5143명에 이른다.

오해와 편견은 금물=전문가들은 외국인 노동자 증가에 따른 정확한 실태파악과 관리는 필요하지만 불필요한 편견은 경계해야 하며, 이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는 합리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명지대 박화서(이민학) 교수는 허술한 출입국 관리시스템 아래서 불법체류 외국인들이 한달에 8000여명씩 증가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외국인간의 갈등과 범죄가 증가하는 것은 외국 사례에서 보더라도 필연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외국인 노동자의 대량 유입은 국내 산업의 인력수급과 세계화에 따른 필연적인 결과라며 외국인 노동자의 인권을 보호하면서도 국익 우선 위주의 정책을 펴나가는 균형 있는 외국인 행정체계 마련과 이를 담당하는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산외국인노동자센터의 한 자원봉사자는 최근 불법체류 외국인 노동자들이 반한()감정을 품고 테러를 계획했다는 소문은 사실과 다르다며 이들을 국내 산업의 한 주역으로 대우하고 문화적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막연한 거리감을 없애는 길이라고 말했다.



정세진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