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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소금 뿌리고 싶다는 추석 민심

Posted September. 25, 2004 2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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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가 추석을 앞두고 서울 남대문시장을 찾았다가 상인들로부터 원성만 들었다고 한다. 돌아가서 정치나 잘해라 과거사도 좋지만 서민경제부터 살려라는 점잖은 편이고 심지어는 소금을 확 뿌려버리고 싶다는 말까지 나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민심이다. 개혁도 좋지만 우선 먹고사는 문제부터 해결하라는 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기회 있을 때마다 반()민주적, 반()개혁적 관행을 척결하고, 오욕의 과거사를 바로잡겠다고 했지만 이런 것들이 국민의 마음에 전혀 다가가지 못했음을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면 궤도를 수정해야 한다. 언제까지 실질은 제쳐두고 구호에만 매달려 있을 것인가. 물론 개혁과 청산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이 오늘 이 시점에서 노 정권이 전력을 쏟아 부어야 할 최우선과제인지는 의문이다. 보름 전 본보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10명 중 9명은 대통령이 가장 역점을 둬야 할 과제로 경제회복을 꼽았다.

개혁과 청산이라고 하지만, 실은 이를 명분삼아 국민을 내 편, 네 편으로 나누고 주류세력의 교체를 통해 권력 기반을 공고화하기 위한 전략의 일환이라는 의혹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권의 정체성 시비가 끊이지 않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국민이 불안해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세계는 저만치 앞서가는데 집권세력이 철지난 이념논쟁과 과거사 들추기를 통해 끊임없이 정치적 승부수를 띄우고 있는 것처럼 비친다면 국민통합도 나라 발전도 기대하기 어렵다. 결국엔 사람도 돈도 모두 빠져나갈 궁리밖에 안하게 될 것이다. 누군가는 그런 불안과 불신의 고리를 끊어줘야 한다.

해법은 민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나만이 옳고, 역사란 어차피 소수의 개혁세력이 끌고 가게 돼 있다는 식의 독선과 오만을 버리고 국민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들어야 한다. 이번 추석에는 한없이 겸허한 자세로 민심과 만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