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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신영이지 뭐!

Posted June. 17, 2004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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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기리에 종영한 MBC 결혼하고 싶은 여자의 세 여자 중 20, 30대 미혼 남성들은 누구를 배우자로 원할까?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미혼남성 17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온라인 설문조사 결과 신영(명세빈53.2%) 순애(이태란35.7%) 승리(변정수11.1%) 순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신영을 일 잘 하면서 남자를 잘 배려하는, 슈퍼우먼의 가능성을 지닌 여자로 봤다. 순애는 함께 살아가며 나눌 얘기가 많을 듯하다, 승리는 대담하면서 현명하게 생활할 것 같다고 평했다.

16일 오후 서울 중구 무교동의 한 식당에서 이용범(32스카이라이프 재무팀 과장), 이석민(26대학원생 겸 배우), 이용지씨(26케이블TV m.net 작가) 등 결혼하고 싶어 하는 세 남자를 만나 나눈 이야기를 무기명으로 정리했다.

신영은 여자들과 수다를 떨다가도 준호(유준상)의 전화를 받으면 목소리가 한 톤 밝아진다. 그게 여자 아닌가. 이 드라마는 남자들이 볼 수 없는 데까지 보여주어 교육적이었다.

신영(명세빈) 순애(이태란) 승리(변정수) 같은 캐릭터는 실제로 소수가 아닐까.

내 생각도 그랬는데 많은 여자들은 딱 내 이야기라며 좋아했다. 드라마가 보여주는 현실적인 여자의 모습을 보고 내가 결혼할 사람도 이런 여자겠지 싶었다. 보통 멜로드라마는 내게도 전지현 같은 여자가 생길 것이라는 환상만 남기는데 이 드라마는 달랐다.

부모님과 TV를 보다가, 준호(유준상)가 꽃뱀과 함께 여관에 가서 반쯤 벗고 침대에서 춤추는 장면이 나왔다. 나도 하는 짓이다. 남자들은 여자가 그렇게 해달라고 떼쓰면 해주니까. 슬쩍 살펴봤더니 어머니가 귀엽다고 말했다. 다들 하는 것을 밝게 포장한 게 좋았다.

드라마에서 여자들이 너무 현실적으로 그려졌기 때문이었을까. 세 남자는 결혼상대로 딱히 끌리는 이가 없지만 무난해 보이는 신영이 가장 낫다는 데 의견이 일치했다.

신영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잦은 실수도 인간미를 느끼게 했다. 준호에게 작업 들어가려고 물을 뒤집어쓰는 장면은 내게도 저렇게 접근해오는 여자가 있겠지 하는 희망을 줬다.

준호가 신영에게 사랑을 느낀 순간은 꽃뱀에게 사기당한 일을 신영이 해결해줬을 때였을 거다. 그게 진정한 배우자다.

그렇지만 실제로 그럴 여자는 거의 없다고 본다.

유부남들은 연애 선수인 이혼녀 승리를 좋아한다. 자기 내공이 높아서 감당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먼저 승리를 통해 여자에 대해 많이 배우고, 순애도 사귀어본 뒤 결혼은 신영과 할 수 있겠다. 연애 상대로는 누구든 좋으니까.

순애(이태란)와의 로맨스는 상상되지 않았다. 남자들에게 자신의 어두운 형편에 대한 이해를 구하는 게 청승맞았다. 못 살아도 당당하게 사랑을 찾아갔으면 좋겠다.

드라마에서 신영의 고민은 우리가 열심히 일하고 공부하고 돈 버는 동안 결혼만 밝히는 계집애들이 쓸 만한 남자들을 다 채갔어하는 대사에서 출발한다.

그 말에 공감한다. 대한민국 남자의 80%는 여자를 잘 모르기 때문에 그런 여자에게 넘어가곤 한다.

오빠라 부르며 갑자기 팔짱을 끼거나 가슴이 패인 옷을 입고 나타나면 대부분의 남자들은 꽃다발부터 안겨주려고 한다.

하지만 여자를 아는 남자는 그때 거리조절을 한다.

남들은 부인에게서 전화 온다며 술자리를 떠날 때도 나는 핑계가 없어 끝까지 남고, 술 취한 사람들을 책임져야 한다. 그럴 때는 정말 결혼하고 싶다.

마흔이 되도록 결혼하지 않은 남자 몇 명을 아는데 다 싸이월드에 들어가 채팅을 한다. 거기서 안뇽, 하이루 하며 젊은이처럼 산다.



조경복 kath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