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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총통, 국내외 눈총에 일단 후퇴

Posted March. 23, 200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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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수이볜() 총통이 23일 야당의 재검표 요구를 수용함으로써 대만 정국은 일단 파국은 피하게 됐다. 그러나 재검표 시기를 둘러싸고 여야간에 첨예한 대립을 빚어 정국 혼란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재검표 발표=천 총통은 오전 10시 행정원, 입법원, 사법원, 감찰원, 고시원 등 5대 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야당이 요구하는 즉각적인 전면 재검표를 받아들이겠다는 뜻을 밝혔다.

그는 원장들에게 상의를 벗어 총상 수술 자국을 보여주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것은 국내외에 많은 의혹이 있기 때문이라며 피격 사건이 자작극이 아님을 강조하려 애썼다. 그는 또 표를 조작했다는 비난은 나의 인격에 대한 너무나 큰 모독이라고 분개하기도 했다.

천 총통은 오후 같은 내용의 성명을 발표하면서 재검표 결과가 나오면 나도 승복하겠지만 롄잔() 후보도 승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천 총통의 재검표 수용 발언이 전해지자 총통부 앞에서 사흘째 농성중인 1000여명의 야당 지지자들은 승리, 승리 즉각 재검표를 외치며 환호했다.

여야 충돌=천 총통의 재검표 수용 방침에 따라 이날 입법원 운영위원회가 개최됐으나 행정검표 제도 도입을 위한 총통 부총통 파면법 개정안과 의사일정을 둘러싸고 여야가 격렬히 충돌했다.

여당인 민진당은 득표율 차이가 1% 미만일 경우 투표일로부터 7일 이내에 행정부에 부분 또는 전면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는 수정 법안을 내놓았다. 이어 이번 선거에 이 조항을 적용할 것인지는 앞으로 3차례 법안 심의를 거쳐 결정하자고 제의했다.

국민-친민 야당연합은 이에 대해 3차례 법안 심의를 거치겠다는 것은 법안 수정을 무기한 늦추겠다는 술책이라며 오늘 2차례 심의로 법안을 통과시킨 뒤 빠르면 25일 재검표를 실시하자고 맞섰다.

결국 국민당의 랴오펑더() 운영위원장이 산회를 선포했고 여야 의원들은 서류와 집기를 집어던지며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향후 재검표 정국 전망=천 총통이 재검표를 통한 정면 돌파 전략으로 방향을 선회한 것은 총격사건 및 선거조작 의혹에 대한 항의 시위와 국내외의 따가운 시선을 더 이상 모른 채 할 수 없는 상황에 몰렸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의 압력이 크게 작용한 결과라는 게 현지 정치분석가들의 전언이다. 미 국무부는 선거 다음날인 21일 대만 국민이 민주적으로 선거를 치른 것을 축하한다는 성명을 내놓았지만 당선 축하 메시지는 발표하지 않았다.

특히 대만주재 미국대표부 대표가 낙선자인 롄 후보를 먼저 만나 1시간여 동안 밀담을 나눈 뒤 천 총통에게 야당 요구 수용과 평화적인 사태 해결을 종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평론가 후중신()은 천 총통이 겁내는 것은 미국이지, 롄 후보나 야당 지지자들의 항의시위가 아니다면서 롄 후보가 선거결과 발표 후 강경투쟁에 나선 것도 미국의 배후 지지가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재검표 실시라는 큰 방향이 잡혔어도 법안 개정을 둘러싼 여야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으면 상당기간 정국 불안은 계속될 전망이다. 야당은 재검표 수용 발표와는 별도로 27일 100만명을 동원하는 대규모 선거부정 규탄시위를 벌여 천 총통을 더욱 압박할 계획이다.



황유성 ys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