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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사실상 내전상태

Posted February. 15, 200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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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 무장세력의 저항이 내전 양상으로 확대되는 조짐이 완연하다.

자살폭탄이나 도로 주변에 폭탄을 매설하는 기존 방식을 버리고 무장세력이 공공기관을 집단으로 습격하는 새로운 공격 유형이 등장했다. 교전 현장에서는 이란 국적의 무장괴한들도 발견돼 주변 국가들의 개입 우려도 적지 않다.

이라크 내전으로 가는가=14일 동틀 무렵 이라크 바그다드 서쪽 팔루자에서 50여명의 무장괴한들이 경찰서와 민방위군 본부 등을 습격했다. 이들은 네 방향에서 기관총과 로켓추진 총유탄을 쏘며 목표물을 순식간에 장악하고 수감자 70여명을 풀어주었다.

괴한들은 민방위군 본부의 방마다 돌아다니며 기관총을 난사하고 수류탄을 던져 넣는 대담하고 치밀한 공격을 감행했다. 이 습격으로 경찰과 민간인 등 적어도 27명이 숨지고 40명이 부상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특히 10일 바그다드 남쪽 이스칸다리야의 경찰서 자살폭탄 공격과 11일 바그다드 모병소 테러에 이은 이번 기습공격으로 5일 동안 사망자 수가 129명을 넘어섰다. 외신들은 1일 아르빌의 쿠르드 당사 폭탄테러를 제외하면 단기간에 일어난 최대 유혈사태라고 전했다.

종파 갈등 현실화=팔루자 현장에서 교전 중 사살된 괴한 가운데는 이란인 2명과 레바논인 1명이 끼어 있었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다. 현지 경찰은 이들이 구금된 이란인 5명을 구하려고 습격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들은 다른 곳에 수감돼 있어 구출되지는 못했다.

당국은 이란인 괴한들의 출현에 크게 놀라고 있다. 이들은 습격 당시 신은 위대하다고 외치기도 했다. 이란은 이라크인의 60%를 차지하는 시아파가 대다수인 국가. 반면 팔루자는 티크리트와 사마라를 잇는 수니 삼각지대의 한 축으로 수니파의 본거지로 꼽힌다.

이라크 정권이양 문제에서도 다수인 시아파는 조기 직선을 요구하면서 소수 수니파를 위협하고 있다.

14일 쿠웨이트에서 개막된 아랍 9개국 외무장관 회담에 참석한 이라크의 호샤르 제바리 장관은 이라크로 넘어오는 세력들에 대해 확실한 국경 차단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

문제는 선거일정?=최근의 유혈 테러는 이라크 선거와 연관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이라크 과도통치위원은 2, 3주일 전까지는 조용했는데 유엔 대표단이 방문하자마자 테러가 꼬리를 물고 있다고 지적했다.

팔루자 습격 이외의 테러는 알 카에다와 연관된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 추종세력이 주도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라크 내 치안 불안을 고조시켜 선거 일정을 늦추겠다는 전략일 수 있다고 BBC는 분석했다.

이는 시아파의 조기 직선 요구를 차단하면서 종파간 내분도 격화시킨다는 알 카에다의 전략과 맞아떨어진다. BBC는 이라크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받지 못하는 임시정부가 수립된다면 과도통치위원회보다도 더 통치능력이 떨어질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진 lee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