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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배달도 비표 받아야 출입

Posted October. 25, 2002 2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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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가 귀족을 알아?

국내 최고층 주거공간으로 1999년 착공 당시부터 숱한 화제를 뿌렸던 서울 강남구 도곡동 타워팰리스가 25일 특별한 주인들을 맞았다.

타워팰리스 1차분 4개동 가운데 B동은 66층(높이 234m)으로 현재 국내에서 사람이 사는 공간으로는 가장 높은 건물.

손 없는 날을 택한 이날의 이사 장면도 특이했다. 시공사인 삼성물산 측은 입주자들이 마주치는 혼란과 번거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동별(총 4개동)로 하루에 9가구씩만 이사하도록 제한했다.

이에 따라 규모가 제법 큰 주상복합아파트도 한 달이면 입주가 모두 끝나는 게 보통이지만 이곳은 12월 15일에야 입주가 끝날 예정.

입주자들은 즉석에서 다기세트와 패밀리레스토랑의 10만원짜리 시식권 등을 선물로 받았다.

시공사 관계자는 대한민국 1%를 자부하는 입주자들을 위해 이삿날을 조정하고 이삿짐 센터도 명품회사를 이용하도록 당부했다고 말했다.

이삿짐은 예상외로 단출했다. 모든 게 갖춰져 있는 빌트 인(built-in) 시스템인 데다 대부분의 입주자가 웬만한 가구나 가전제품은 새로 장만하기 때문이라는 게 K이삿짐센터 직원의 설명.

철통 같은 보안도 눈에 띄었다. 보안업체인 에스텍에서 나온 직원 40여명이 이사차량을 일일이 통제했고 일반인의 출입을 막았다. 심지어 자장면 배달원조차 비표를 받지 않으면 건물 안으로 들어갈 수 없었다.

입주가 완료된 뒤에는 음식 배달은 일절 금지되고 입주객은 입주카드를 발부 받아 출입하고, 방문객은 각 동 1층에 있는 안내센터를 거쳐야 출입이 가능하다.

입주 첫날 주민들은 타워팰리스 투어에 나섰다. 특히 고화질 고음질의 200인치 스크린이 달린 2층의 DVD방과 화장실에 달린 개인 사우나 공간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학생 30명 정도가 공부할 수 있는 독서실도 관심거리였다.

그래도 불만은 있었다. 한 학부모는 아이들을 보낼 학교가 모두 길 건너편에 있어 불편할 것 같다고 불평했다. 또 이모씨(52여)는 창문이 작은 데다 조금밖에 안 열려 음식냄새는 잘 빠질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들의 입주를 바라보는 주변 아파트 주민들의 우려는 단연 교통체증 문제. 우성아파트에 사는 김영은씨(48여)는 출퇴근 시간이면 가뜩이나 차가 막히는데 입주가 모두 이뤄지면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타워팰리스의 월 관리비는 평당 1만원꼴로 101평의 경우 최하 100만원을 넘을 전망.

그런데도 타워팰리스의 집값은 크게 올랐다. 남향인 68평 A형은 분양가가 8억5000만원이었으나 현재 호가는 15억원. 가장 작은 35평형도 분양 당시 3억3억5000만원이면 마련할 수 있었으나 지금은 7억7억5000만원을 웃돈다. 그나마 매물도 없다.

타워팰리스 1차의 주인에는 김석수() 총리를 비롯해 영화배우 박중훈씨, 차범근 전 축구대표팀 감독, 개그우먼 김미화씨 등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인 중에는 기업인이 42%로 가장 많고 다음은 의사 교수 법조인 금융인 등의 순. 하지만 40% 정도는 시공사조차 정확한 직업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