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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쓰뽈 하는데 양반 머슴 따로 있소?

Posted September. 26, 2002 2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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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다고 할 순 없어도 거부하기 어려운 매력을 지닌 사람같은 영화들이 가끔 있다. 반면 YMCA 야구단은 그런 매력은 없어도 미운 구석없이 착하고 명랑한 사람같은 영화다.

YMCA 야구단은 일제 강점기인 1900년대 초, 신문물인 야구를 받아들인 한국 최초 야구단을 소재로 삼은 영화. 신분과 나이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짚신 신고 빨래 방망이로 공을 치던 시절을 따뜻한 톤으로 그린 코믹 드라마다.

글공부보다 운동을 더 좋아하는 선비 호창 (송강호)은 과거 제도가 폐지되자 하릴없이 놀다가, 야구를 하는 신여성 정림 (김혜수)과 선교사들을 보고 야구의 매력에 빠져든다.

정림이 창단한 YMCA 야구단의 멤버는 가난해서 어린 나이에 지게짐을 지는 쌍둥이 형제, 선비, 양반, 머슴, 상인 등 신분과 나이가 전부 다른 각양각색의 사람들. 아들이 선비처럼 살기 바라는 아버지(신구)의 기대와 달리 야구단의 4번 타자가 된 호창을 필두로 YMCA 야구단은 연전연승하며 최강의 팀으로 자리잡는다. 그러나 을사조약 체결이후 테러사건과 뒤얽히면서 해체의 위기를 맞게 된다.

이 영화처럼 시대극을 코미디로 푸는 것은 쉽지 않은 시도다. 특히 암울했던 시대가 주는 강박에서 벗어나 그 시대를 웃음의 소재로 삼은 비틀어보기는 높이 살만하다.

적재적소에 쓰인 컴퓨터 그래픽과 특수효과가 명랑만화같은 분위기를 띄워 주지만, 연결이 매끈하지 않고 유머와 캐릭터가 설익었다는 느낌을 주는 대목들도 있다. 코미디로 잔뜩 기대하고 보면 미진하다는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인 마지막 한일전이 주는 웃음과 감동은 이전의 약점들을 상쇄하고도 남는다.

주연배우 송강호의 연기는 이 영화의 중심을 튼실하게 잡아주고 있다. 그는 코믹 연기와 드라마적 감동을 주는 연기에서도 똑같은 무게의 뚝심을 발휘한다. 영화 반칙왕에 이어 이 영화에서도 송강호의 아버지 역할을 맡은 신구, 강속구 투수 오대현 역을 맡은 김주혁 등 조연들의 탄탄한 연기도 눈에 띈다.

연출을 맡은 김현석 감독은 사랑하기 좋은 날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에서 야구를 소재로 한 시나리오를 줄곧 쓰고, 감독 데뷔작의 소재 역시 야구로 고른 소문난 야구 광.

제작비 42억원 중 6억원을 들여 전주, 임실에 대규모 오픈 세트를 짓고 1905년 황성의 종로거리 경관과 그 당시 야구장의 모습을 재현했다. 전체 관람가. 10월 3일 개봉.



김희경 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