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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얼이 더불어 살라 이르네

Posted January. 19, 200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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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에게 명문가란 무엇인가?

하나의 책이 갖는 진정한 가치는 그 책이 주는 메시지일 것이다. 전국의 명문가 15곳을 직접 찾아 다니며 각 명문가의 역사와 정신, 과거와 현재를 조명한 이 책의 가치는 명문가 이야기가 오늘 우리에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하는 점이 될 것이다.

솔직히 뼈대있는 집안이야기는 기분나쁜 주제이다. 그래 조상 잘 만났구나. 거기에 풍수까지 결부되면 그래 집터 잘 골랐구나. 줄줄이 출세한 사람들의 명단을 보면, 그래 잘났구나 그래서 무슨 좋은 일을 했느냐? 보통사람들은 명문가 얘기를 들으며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는지 한편으로는 귀가 솔깃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전혀 존경심이 우러나오지 않는 무관심 더 나아가 경멸의식까지 동반하는 이중적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은 결코 나만의 심정만은 아닐 것이다.

왜 그러할까? 이 시대의 진정한 어른이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근세 100년은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면서 살기에는 너무나 가혹한 상황의 연속이었다. 마치 군대 유격훈련 받는 것처럼 혹독한 상황이 계속되면서 이 시대 우리 모두는 상처받았다. 그것은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노력한 가장에서부터 국가를 경영한다는 사회지도층 모두가 그러했다. 이 시대는 진정 존경받는 어른이 없는 불행한 사회이다.

이 책의 저자는 말한다. 이제 자존심과 품위를 지키며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이야기할 때가 되었다. 철학과 도덕성을 갖춘 상류사회가 존재할수록 그 사회는 안정된 사회이고, 아울러 사회구성원 전체의 삶의 질이 올라간다.

이러한 시각에서 저자는 수백년 동안 고택을 유지해온 명문가 집안이 과연 어떻게 살았는가(How to live)하는 점에 초점을 맞추었고, 그 결과 명문가 집안의 가장 큰 공통점으로 네가 살아야 나도 사는 상생의 원리를 실천해 왔음을 찾아냈다. 그것은 유교식으로 표현하면 좋은 일을 많이 한 집에는 반드시 경사가 있다( )는 우리의 전통적인 믿음이요, 서양식으로 표현하면 로마 천 년을 지탱해 준 철학 노블레스 오블리제(혜택받은 자들의 책임; 특권계층의 솔선수범)와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처럼 이 책에서는 마치 주변 산과 물이 다르듯,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다른 전국의 15곳 명문가 이야기를 저자 특유의 쉽고도 맛깔나는 문체로 소화해 내고 있다.

그렇다. 도덕성을 갖춘 상류층의 등장은 정치사회의 안정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까지도 높여줄 것이다. 국가경쟁력은 첨단기술만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상류층의 오블레스 노블리제 의식, 그것이 참다운 삶과 문화의 질 그리고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될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우리는 명문가 이야기를 통해 저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자연스럽게 공감하게 될 것이다.

김기덕(건국대 강사한국사영상역사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