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o to contents

자신이 임명한 특검의 수사를 수사해달라는 박 대통령

자신이 임명한 특검의 수사를 수사해달라는 박 대통령

Posted January. 23, 2017 07:12,   

Updated January. 23, 2017 07:17

ENGLISH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변호인단이 21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을 대통령이 직접 지시했다고 보도한 언론사와 박영수 특별검사 측을 명예훼손 및 피의사실 공표 혐의로 형사 고소하고 민사상 손해배상도 청구하겠다고 밝혔다. 언론 보도가 문제 있으면 해당 언론사에 정정보도를 신청할 수도 있고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할 수도 있다. 그런데도 민·형사 소송부터 하겠다는 것은 언론을 옥죄는 과도한 대응이다. 특히 여론에서 밀려서이긴 했지만, 대통령이 스스로 임명한 특검의 수사를 고소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검찰 수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수사 중인 사안을 수사해달라고 검찰을 고소하는 격이다. 법정에서 따질 일을 고소하는 것은 특검을 압박하기 위한 것이다. 박 대통령 측이 이처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법리상 공방이 있을 수 있는 뇌물죄와 달리 블랙리스트 작성 지시는 곧바로 탄핵사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블랙리스트 작성에 간여한 사실이 드러나면 언론·출판·학문·예술의 자유를 명시하고 검열을 금지한 헌법 위반이다. 특검은 박 대통령이 2014년 5월 “좌파 문화예술계 인사들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예산이 지원되는 일이 없도록 하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블랙리스트 작성이 시작됐다고 보는 것이다.

 블랙리스트 기획·총괄 책임자로 알려진 김기춘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특검에서 “좌파 예술계에 주지 말라고 한 정부예산이 국고보조금 성격이라서 장관 재량으로 결정할 수 있는 줄 알았다”고 변명했다. 한때 ‘미스터 법질서’로 불렸던 법 전문가가 양심과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을 몰랐다는 게 말이 되지 않는다.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은 아직까지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탄핵과 직결되는 사안이라 박 대통령의 신임을 듬뿍 받았던 두 사람이 궤변이나 부인으로 일관하는 것은 아닌가.

 특검은 다음달 초 박 대통령을 대면 조사할 계획이다. 대통령 조사는 특검 수사의 정점이자 대미(大尾)다. 그 전에 반드시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알고도 묵인한 혐의가 있는 우병우 전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에 대한 조사가 선행돼야 한다. 그래야 국정농단의 그림이 완성될 수 있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인사를 좌지우지하면 국정농단을 ‘집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으나 검찰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했다. 특검이 청구한 삼성 이재용 부회장 영장 기각과 관계없이 국정농단 수사는 앞으로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