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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트랩이 없네?” 수행원 문으로 내린 오바마

“어, 트랩이 없네?” 수행원 문으로 내린 오바마

Posted September. 05, 2016 06:58,   

Updated September. 05, 201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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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미중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 등 을 놓고 벌어지는 양국 간 미묘한 신경전을 감지할 수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이날 오후 3시경 중국 항저우(杭州)국제공항.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태운 에어포스원이 활주로에 착륙했지만 트랩이 없었다. 해외 정상이 공항에 도착하면 주최국이 트랩을 마련하는 게 관례인데 중국이 ‘외교적 결례’를 범한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통상 이용하는 전용기 맨 앞문이 아니라 수행원들이 이용하는 비행기 가운데 문으로 내려야했다. 트랩 대신 에어포스원에 있는 자체 계단을 이용했다.

 활주로에서 오바마 대통령의 도착 장면을 포착하려던 미국 기자들이 비행기 가운데 문으로 몰려들자 중국 경호 관계자들이 큰소리로 접근을 막았다. 백악관 직원들이 나서 “우리 대통령이고 우리 비행기”라고 항의하자 중국 측은 “여기는 우리나라이고 우리 공항”이라고 맞받으면서 공항 환영행사 취재를 금지했다. 심지어 수행원 자격으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에 배석한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비행기 가운데 문으로 접근하는 것도 막았다. 라이스 보좌관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기자들에게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다”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중 간의 신경전은 정상회담장에서도 이어졌다. 백악관 의전팀과 비밀경호국(SS) 직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에 앞서 회담장에 먼저 도착했으나 한동안 안에 들어갈 수 없었다. 중국 측은 “미국 기자들은 10명이 넘어서는 안 된다”고 했고, 미국 측은 “백악관 기자들이 정상회담 내용을 취재해 동료 기자들에게 풀(pool)해야 한다”며 10명 이상이 들어가야 한다고 맞섰다. 오바마 대통령이 도착하기 20분 전까지 실랑이는 이어졌고, 결국 양측 관계자들은 주먹다짐 일보 직전까지 가는 험악한 상황이 벌어졌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백악관이 오바마 대통령과 시 주석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을 제안했지만 중국 측이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정상 부인들에게 비단 제품 세트를 선물할 계획이라고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가 4일 전했다. 선물 세트에는 스카프와 핸드백 등이 포함돼 있으며 고급스러운 자단목 상자에 담긴다. 항저우는 중국에서 유명한 비단 생산지 가운데 한 곳이다. 비단 선물은 시 주석이 추진하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과 해상 실크로드)와도 관련이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워싱턴=이승헌 특파원 ddr@donga.com



워싱턴=이승헌 특파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