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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비 880만원’이 적다는 운동권 초선의원의 돈타령

‘세비 880만원’이 적다는 운동권 초선의원의 돈타령

Posted June. 29, 2016 07:24,   

Updated June. 29, 2016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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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이 세비(歲費)와 관련해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논란을 낳고 있다. 그는 “며칠 전에 제 급여로 880만 원이 통장에 들어왔지만 그동안 쌓인, 갚아야 할 돈이 만만치 않다. 무엇으로 의정활동을 해야 할지 걱정이다. 후원을 받지 않으면 단 한 달도 의원사무실은 운영될 수 없는 구조인 것 같다”고 했다. “새로 대출 통장을 냈다”는 내용도 적었다. 후원금 요청을 위해 솔직하게 자신의 경제적 사정을 털어놓은 것이지만 세비가 적다고 투정하는 거냐는 힐난이 압도적이다.

 의원이 되기 전에 진 빚을 세비로 빚을 갚겠다는 발상이라면 기가 막힌다. 그게 아니고 비례대표 의원이 되는 과정에서 진 빚이라면 진상 규명이 필요하다. 지역구 출마자들과 달리 비례 대표는 돈을 쓸 이유가 없다. 지금이 공천헌금이 오가는 세상도 아니다. 도대체 무슨 빚을 세비로 갚을 궁리를 했는지 그의 해명을 듣고 싶다.

 김 의원이 말한 880만 원은 매달 받는 1031만 원의 세비에서 세금을 제외한 금액이다. 명절 휴가비와 두 차례 보너스는 별도다. 의원사무실 운영에 필요한 경비도 월 770만 원이나 따로 받는다. 보좌진 9명(인턴 2명 포함)의 봉급도 모두 국고에서 나간다. 국민이 국회의원 한 명을 위해 바치는 혈세가 연간 6억7600만 원이다. 국민소득 대비 세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4개 회원국 중 일본 이탈리아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국회의원들은 전국 단위 선거가 없은 해엔 연간 1억5000만 원, 선거가 있는 해엔 3억 원까지 후원금도 거둘 수 있다.

 민주주의가 발달한 유럽 각국 의원들은 자전거로 출퇴근하고 동료 의원과 사무실 및 보좌진을 공유한다. 미국 메인주의 지사 부인이 남편의 연봉(7만 달러·약 7900만 원)으론 생활이 어려워 음식점에서 아르바이트를 시작했다는 뉴스가 최근 화제가 됐다. 왜 우리나라에선 이런 얘기들을 들을 수 없나.

 김현권 의원은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25년간 경북 의성에서 한우를 키우다 20대 총선에서 농민 대표로 비례의원이 됐다. 그의 부인은 이화여대 총학생회장 출신으로 얼마 전 더민주당에서 혁신위원을 지냈다. 이런 경력을 지닌 그가 돈타령이나 하지 말고 저비용 고효율의 기성 정치를 개혁하는 데 앞장서겠다는 포부를 밝혔더라면 아마 박수갈채가 쏟아졌을 것이다.



이진녕 jinny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