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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 노동당 제7차 당 대회…100명 이상의 취재진 초청하고도 비공개

북 노동당 제7차 당 대회…100명 이상의 취재진 초청하고도 비공개

Posted May. 07, 2016 07:16,   

Updated May. 07, 2016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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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이 노동당 제7차 당 대회를 취재하라며 100명 이상의 취재진을 초청했지만 정작 당 대회 취재는 불허하고 비공개로 진행해 빈축을 샀다. 기자들은 개회 시간조차 정확하게 알지 못한 채 대회장에서 수백 m 떨어진 곳에서 주변 분위기를 소개할 뿐이었다. 북한은 대회 전날까지도 당 대회 개최 시간과 장소 등 기본 일정도 공개하지 않았다.

 교도통신과 NHK,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은 북한이 120여 명의 외국 취재진을 대회장인 4·25문화회관 길 건너 200m 떨어진 곳까지 안내해 대회장 외관을 촬영하게 했지만 내부 입장은 허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평양시내 호텔에 보도 거점도 설치됐으나 북한 측이 개최 기간을 포함해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기자들은 길 건너 보이는 행사장 앞의 움직임을 통해 내부를 추측해 보도했다. 스티븐 에번스 BBC 기자는 “행사장 앞에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의 개인 경호원들이 있다. 그가 대회장 안에 있다”고 전했다. NHK는 오전 10시 이전에 4·25문화회관 앞 주차장에 대회 참석자들을 태우고 온 것으로 보이는 수십 대의 대형 버스와 승용차가 정차돼 있었다고 전했다. 여러 차례 북한 취재 경험이 있는 CNN 정도만 북한 당국자의 말을 인용해 “대회가 오전 9시 시작됐으며 약 3000명의 당원이 참석했다”고 전했다.

 거액을 들여 이번 초청 취재에 응한 서방 기자들은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BBC 기자는 “참석자 수천 명이 (김정은의) ‘비공식 대관식’으로 여겨지는 잘 짜인 지지 행사’를 위해 모여 있다”고 비꼬았다. NHK는 “1980년 당 대회에는 118개국 대표단이 초대됐으나 이번에는 외국 고관들의 참석 예정 사실이 전해지지 않았다”며 ‘나 홀로 행사’ 분위기를 전했다. CBS방송 기자는 체류한 호텔의 낡은 전화기를 보여주며 “호텔이 1980년대 지어졌다. 가이드의 동행 없이는 밖에 나갈 수 없다. 달라진 게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 당국은 평양 거리 곳곳에 ‘당 대회를 빛나는 노동의 성과로 맞이하자’ ‘경축’ 등의 글씨가 적힌 대형 간판을 곳곳에 걸어 자축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애쓴 흔적이 뚜렷했다. 한 남성은 교도통신 기자에게 “당의 역사에서 획기적인 계기이자 뜻 깊은 대회”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일심단결의 힘을 과시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사전에 철저히 교육을 받은 준비된 발언으로 보였다.

 북한 당국은 외신기자들에게는 내부 모습과 정보를 일부 공개했다. 기자들은 전날 박물관, 아파트 등을 방문하며 평양 모습을 보도하기도 했다. 일본 방송사들은 5일 평양시내 과학자들이 사는 호화로운 아파트 내부를 소개하고 그 아파트에 사는 주민과 한 인터뷰를 보도했다.

 존 서드워스 BBC 기자는 “북한 경호원이 ‘최근 하루 옥수수 650g과 쌀, 고기를 배급받았다’고 말했다”며 “그동안 언론에 알려진 것보다는 많은 양”이라고 전했다. 그는 “시장이 들어서고 작은 상점이 시내 모든 코너에 있는 것은 ‘작은 붐’”이라며 “농촌에서 만난 농부들은 생산량에 따라 돈을 받는다고 했다. 매우 자본주의적인 행태”라고 말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 / 도쿄=서영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