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가 올해로 창간 80주년을 맞았습니다.

민족의 표현기관을 자임하며 창간호를 내놓은 것이 1920년 4월1일, 그로부터 동아일보는 민족·민주·문화주의의 창간정신을 앞세우고 외길을 걸어왔습니다.

지난 여든 해 동안 동아일보는 영광과 고난을 민족과 함께 해왔습니다. 일제 식민통치 시절 독립의 꿈을 키우다 창간 반 년 만에 첫 정간을 당한 것을 시작으로 4차례의 정간처분을 받았고 판매금지 압수 삭제 구속 연행 등의 탄압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1940년 8월에는 마침내 강제폐간을 당해야 했습니다. 1945년 조국광복과 함께 동아일보도 다시 살아났지만 가시밭길은 끝나지 않았습니다. 자유당 독재정권에 맞서다 5번째 정간을 당했고 유신독재와의 투쟁에서는 세계 언론사상 유례가 없는 광고탄압으로 고통받아야 했습니다. 또 1980년의 언론통폐합 때는 동아방송이 문을 닫는 아픔을 겪었습니다.

그렇기에 동아일보 80년사는 수난의 기록이자 우리의 현대사와 맥을 같이 합니다. 일제의 질곡, 동족상잔의 전란, 그리고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 이르기까지 동아일보는 항상 정의와 진실의 수호자가 되고자 최선을 다해왔다고 감히 자부합니다. 80년을 관통하는 불편부당(不偏不黨) 시시비비(是是非非) 정론직필(正論直筆)의 정신으로 동아일보는 어제도, 그리고 오늘도 이 나라 언론의 정상을 지키며 세계 일류 신문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 새 밀레니엄의 문턱을 넘어섰습니다. 21세기는 지식과 정보가 가장 귀중한 자산이 되는 지식정보사회입니다. 세기 말부터 몰아친 정보혁명의 물결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것이 분명합니다. 이 ‘제3의 물결’을 슬기롭게 타고넘어야 생존의 길이 열립니다. 변화의 흐름을 바로 읽고 미래 지식정보사회를 선도하는 일이야말로 종합미디어 그룹으로서 동아일보가 맡아야 할 또 하나의 사명이라고 믿습니다.

창간 80주년을 맞아 동아일보는 오늘 ‘민족과 더불어 80년’을 펴냅니다. 기존 사사(社史) 다섯 권과는 별도로 그 긴 세월의 발자취를 중요한 이슈 중심으로 읽기 쉽게 엮어 한 권의 단행본에 담았습니다. 이 책에서 빠졌거나 더 자세한 내용은 이미 발간된 동아일보 사사 1∼5권 및 ‘동아방송사’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일단 이 책으로 20세기의 동아일보를 정리한 뒤 창간 100주년이 되는 2020년 ‘동아일보 100년사’를 다시 펴낼 계획입니다.

지나온 80년이 그랬듯이 새 세기에도 동아일보는 언제나 겨레와 함께, 독자와 함께 하는 신문이 될 것을 다짐하면서 그동안 아낌없는 사랑과 격려와 편달을 보내주신 독자 여러분께 이 자리를 빌려 거듭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2000년 4월1일 동아일보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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