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부 시대 이끈 문화사업 > Ⅱ. 세계화, 그리고 대중화 > 4. 환경 파수꾼 page1
 

4. 환경 파수꾼

한 잔의 소주로 오염된 물을 물고기가 살 수 있는 BOD 5ppm으로 회복시키려면 무려 1만5000배의 맑은 물을 섞어야 한다. 알루미늄 캔 1개를 재생해 얻은 에너지로 TV를 3시간이나 볼 수 있다. 강을 더럽히는 제1 주범은 공장폐수가 아니라 가정에서 버리는 생활하수다. 환경보호운동이 범세계적으로 태동한 것이 70년대 초. 그러나 산업화의 부산물인 환경파괴는 공업선진국에서 개발도상국과 제3세계로 번지면서 지구촌 전체가 몸살을 앓는다. 서둘러 자연을 원상회복시키지 않는다면 21세기에는 환경파국이라는 비극을 맞게 된다. 그리고 이는 곧 인류 생존에 대한 위협으로 직결될 것임을 누구나 알고 있다.
21세기의 주역은 지금의 청소년들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어려서부터 환경의 소중함을 배우고 환경친화적인 생활을 몸에 익혀 자연과 대화할 줄 아는 인간으로 자라도록 해야 한다. 이것이 곧 환경 파수꾼 ‘그린 스카우트’가 태어난 배경이다.
동아일보가 ‘맑은 물 되찾기운동 연합회’와 공동으로 그린스카우트를 창설키로 한 것은 94년 7월. ‘맑은 물 되찾기운동 연합회’는 서강대 최창섭 교수, 한양대 김재범 교수 등을 주축으로 스킨스쿠버 동호인들이 만든 단체다.
이들이 들어가 본 바닷속도 이미 심하게 오염되어 있었다. 동호인들끼리 바닷속 쓰레기를 건져내고 물 위에 둥둥 떠다니는 기름을 걷어냈다. 그러나 몇몇 사람의 힘으로는 맑은 물을 되찾을 수 없는 일이다. 사람이 필요하고 또 이를 체계적으로 관리할 조직이 있어야 한다.
이래서 태어난 것이 ‘맑은 물 되찾기운동 연합회’다.
그럴 즈음 낙동강 페놀 오염 사건이 터졌다. 자연 파괴의 대재앙을 예고한 이 사건을 계기로 범국민적 환경운동을 구상하고 있던 동아일보와 ‘맑은 물 되찾기운동 연합회’가 손을 잡았다. 그린스카우트의 전격적인 출범은 이렇게 시작했다.
그린스카우트는 당초 청소년 중심의 환경보전운동을 목표로 삼았다.

 

청소년들에게 환경이 생명의 근원이며 다가오는 21세기에는 가장 중요한 사회 가치임을 일깨우고 환경보호에 대한 사명감을 심어주자는 취지였다
7월6일의 발기인대회에서 김지하 시인은 이 운동이 갖는 의미를 이렇게 풀이했다.
“21세기는 생명의 가치가 경제의 가치를 앞서는 시대이며 미래의 주인인 청소년들이야말로 이 시대를 이끌어갈 진정한 지도자다. 그린스카우트는 신라시대의 화랑도 정신을 재현한 의식운동이자 실천운동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맑은 물, 깨끗한 공기, 푸른 산’을 우리 스스로 지키자는 그린스카우트 운동은 시작하자마자 전국으로 번졌다. 청소년과 학부모, 지역사회단체, 직장에서 참가신청이 줄을 이었고 각 대학 환경보전단체와 기업체 금융기관 등에서도 잇따라 지원의사를 밝혀왔다. 동아일보는 먼저 1억 원을 기금으로 내놓았다.
마크 로고와 환경 캠페인에 구호로 쓰일 표어, 그린스카우트의 노래 가사도 공모했다. 3566점의 응모작 가운데 최우수작으로 뽑힌 표어는 ‘푸른 강 푸른 산 더 푸른 그린스카우트’, 다음은 가사 최우수작.

푸른강 굽이치는 벌판에 서서 / 자연의 노래소리 들어보아라
메마른 영혼마다 풀빛 강여울 / 우리는 태초부터 자연과 하나
지구는 생명의 터 살려야 한다 / 더맑고 더푸르게 우리 손으로 이제는 일어섰다 환경 파수꾼 / 인류의 푸른 미래 그린스카우트
별빛이 쏟아지는 언덕에 서서 / 자연의 숨소리를 들어 보아라
안개낀 가슴마다 솔바람 향기 / 우리는 언제까지 자연과 한몸
지구는 목숨의 터 지켜야 한다 / 더맑게 더푸르게 우리 손으로 이제는 다 나섰다 환경 파수꾼 / 인류의 푸른 희망 그린스카우트

 


Copyright 2000 동아닷컴. E-mail : newsro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