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센트 반 고흐가 1885년 피아노 교습을 받을 때 음과 색깔을 항상 연결시키는 걸 보고 그의 선생은 고흐가 정신병자라고 생각했다. 바실리 칸딘스키도 음악을 들을 때 선과 색을 보았다. 예술계의 두 거장 모두 서로 다른 감각을 합쳐 느끼는 ‘공감각’을 갖고 있었다.
공감각은 뇌의 발달 과정과 관련이 있다. 인간은 어렸을 땐 시각, 청각 등이 서로 연결돼 있다가 나이가 들면서 구분된다. 그런데 일부 사람들은 감각의 인지가 계속 연결돼 있다. 전 인류의 4.4%는 뇌의 발달 과정에서 공감각이 나타난다. 이들은 뇌의 공감각을 통해 다양한 외부 자극을 받아들여 창의성을 발휘한다.
인간의 창조성은 뇌와 환경의 끊임없는 상호 작용에서 나오는 산물이다. 창조성의 혁명은 약 1만4000년 전 인간이 채집경제에서 탈피해 농업에 정착하면서 이뤄졌다. 규모가 커진 공동체 안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 정보를 교환할 수 있게 됐고, 지금은 온라인을 통해 소통 방식이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저자는 뇌와 환경의 상호 작용에 주목한 해부학 분석과 더불어 재능, 직업, 스트레스, 범죄 등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고 있다.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컴퓨터가 인간의 뇌를 능가할 수 있을까. 저자는 “새의 모든 깃털을 각각 모방하더라도 새의 비행을 모방할 순 없다”며 1000억 개의 뇌세포가 다양한 신경 작용을 통해 보여주는 통찰력을 기계가 당장 따라잡을 순 없다고 말한다.
정성택 neon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