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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ICAO에 해외 신규항로 개설 요구

Posted May. 02, 2018 08:16   

Updated May. 02, 2018 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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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판용)북한이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에 국제항로 신설을 요구한 것으로 확인 됐다. 한국 정부는 ICAO로부터 북한의 요구를 전달 받고 공역과 항로 등을 담당하는 관계 부처 간 협의 및 검토에 착수했다.

1일 ICAO와 국토부 등에 따르면 북한 최근 ICAO에 국제항로를 개설하겠다는 취지의 요구를 전달했다. ICAO 관계자는 본보와의 서면질의를 통해 “북한이 여러 지역을 넘나들 수 있는 항로 개설을 요구했다”며 “ICAO의 아시아-태평양 지역, 유럽 및 북대서양 지역 회원국가들과 협업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다만 ICAO는 북한이 구체적으로 어떤 신규 항로를 요구한 것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그러나 특정 국가를 지나가거나 경유하는 노선일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 관계자는 “최초로 요청이 접수된 이후 어떤 동의가 이뤄진 바는 없지만 올해 안에 추가적인 검토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현재 북한이 정기선으로 운항하고 있는 국제 노선은 평양-북경, 평양-심양, 평양-블라디보스톡 뿐이다. 과거엔 쿠웨이트, 말레이시아, 독일 등 최대 10개 까지 국제 노선을 운영한 적도 있다. 

 특히 북한이 ICAO에 요구한 내용중 한국의 비행정보구역(FIR, 원활한 항공교통을 위하여 설정된 일종의 공역)에도 영향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ICAO가 3월 말 우리 정부에 북한이 요구한 국제항로 신설에 관해 의견 검토를 해달라고 요청을 했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북한이 ICAO요구한 국제항로가 무엇인지는 현재로선 밝히기 어렵다”면서 “우리 영공이 영향을 받는 부분이 있어 내부 검토를 하고 있는 중이다”고 말했다. 추가적으로 북한은 우리 정부에 북한의 FIR을 열어주겠다는 뜻도 밝혔다.

 국토부 관계자는 “북한이 자국 FIR을 지나는 항로를 열어주겠다는 뜻을 ICAO를 통해 밝혔다”고 밝혔다. 북한이 자국 FIR을 열어주겠다고 한 이유는 경제적인 실익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북한 영공을 지나는 항로를 이용할 경우 영공 통과료 등의 실익을 얻을 수 있다. 한국도 경제적인 이득을 볼 수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북한이 평양 비행정보구역(FIR)을 개방하면 국내 항공사들은 연간 약 160억 원의 유류비를 아낄 수 있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 동안 국내 항공사들은 미주노선과 러시아 등을 이용할 때 북한 영공을 우회해서 다녔다. 북한 영공을 통과할 경우 인천-미주 노선의 경우 약 200∼500km거리를 단축할 수 있다.

 북한이 ICAO에 항로 개설과 영공 개방 등의 의사를 밝힌 건, 북한이 국제 사회에서 운신의 폭을 넓히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 국회국방위원회 관계자는 “지금 당장은 유엔 대북제제도 있고, 국제사회 일원이 되려는 북한의 진정성을 국제사회가 인정하기 전까지는 국제항로 개설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북한이 먼저 나서서 항로 개설이나 영공 개방을 요구한건 긍정적인 신호라고 본다”고 말했다.

 특히 북한 영공 개방으로 인천-평양, 인천-삼지연 등을 연결하는 남북한 직항로 개설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007년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 선언)’당시 남북은 백두산 광관을 하기로 하고 백두산-서울 직항로를 개설하기 위해 백두산 인근의 삼지연 공항까지 직항로를 개설하자고 의견을 모으기도 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운항을 위해서는 가야할 길도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남북한 직항로에 취항하는 것은 수익성도 따져봐야 하지만, 삼지연 공항의 관제 수준 및 공항 인프라가 뒷받침 될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변종국 bjk@donga.com · 천호성기자 thousan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