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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폐교시설 활용해 지역경제 활력

Posted March. 04, 20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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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이시카와() 현 노토() 정은 동해와 맞닿아 있는 시골 마을이다. 2011년 세계농업유산에 등록될 정도로 논밭이 흔하다. 65세 이상 인구 비율은 약 37%. 유엔이 정한 초()고령사회 기준(65세 이상 비율이 20% 이상)을 훌쩍 뛰어넘는다. 젊은층 인구가 지속적으로 줄어들면서 학교들이 속속 문을 닫고 있다. 마을 초입에 있던 미야치()초교도 2002년 폐교했다.

지난해 말 기자가 미야치초교를 찾았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띈 것은 미야치교류숙박소라고 적힌 나무 간판이었다. 교실마다 에어컨, 냉장고, 4인용 차 세트가 놓여 있었고, 교실 한쪽에 자리 잡은 수납장엔 이불과 베개가 정리돼 있었다. 폐교가 가족형 공동 숙박시설로 부활한 것이다. 덕분에 문을 닫은 학교는 시골 체험을 하러 온 여행객들로 북적거렸다.

일본 역시 한국과 마찬가지로 저출산으로 취학 인구가 줄어들면서 농어촌 지역 학교들이 빠르게 문을 닫고 있다. 행정비용 낭비를 줄이기 위한 정촌()합병촉진법이 1953년부터 실시되면서 폐교가 서서히 늘어났다. 시골 마을 여러 개를 통합해 보다 큰 행정단위로 만드는 과정에서 소규모 학교들이 사라진 것. 도심 학교들도 점차 폐교되고 있다. 도심의 비싼 주거비로 인해 주거지를 교외로 옮기면서 도심에 위치한 학교들도 학생 부족에 시달리고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 해마다 폐교된 학교는 200개 내외였지만 2010년대 들어서면서 연간 500개 내외로 그 수가 2배 이상으로 늘었다.

일본의 학교교육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의무교육인 초중학교의 경우 전체 1218학급을 표준으로 보고 있는데 그 이하면 통합 대상이 된다. 이처럼 적정 학급 수 기준은 존재하지만 이에 미달하더라도 바로 폐교되지는 않는다. 주민의 이해와 협력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어 지자체나 문부과학성이 강제 폐교를 명령하지는 못한다.

학교가 없어지면 마을이 쉽게 황폐해지고 자녀가 있는 가정은 마을을 떠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주민들은 대부분 폐교에 반대한다. 하지만 교사 수가 학생 수보다 더 많은 기형적인 구조의 학교들을 방치할 수 없어 지자체들이 주민 설득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한국보다 먼저 폐교라는 사회적 문제를 경험한 일본의 정부와 국민은 폐교를 받아들이되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버려진 폐교 시설을 활용해 지역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발상이다. 문부성에 따르면 20022011년 폐교된 학교 수는 모두 4709개다. 폐교된 학교 중 건물이 남아 있는 것은 4222개. 그중에서 70.2%인 2963개는 다른 용도로 활용되고 있다. 사회체육시설이 802개로 가장 많고 이어 문화시설이나 자료관(754개), 복지 및 의료시설(337개), 숙박 및 연수시설(300개), 청사나 창고(291개) 순이다.

문부성은 현재 전국 폐교 정보를 모아 사용 희망자와 연결해 주는 모두의 폐교 사업을 펼치고 있다. 폐교 시설 정보를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표하는데 이를 보고 민간 기업뿐 아니라 학교법인, 비영리조직법인, 사회복지법인, 의료법인 등이 폐교를 이용하겠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문부성 측은 건물을 새로 짓는 것보다 비용을 줄일 수 있다며 지역 밀착형 사업체가 들어오면 학교가 거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노토=박형준 특파원 love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