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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연방정부 셧다운, 최대수혜자는 중국

Posted October. 07, 2013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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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포함한 아시아 순방 일정을 전면 취소하자 아시아 회귀(Pivot to Asia) 정책이 위기에 빠졌다는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 방문 취소를 초래한 미 연방정부 잠정 폐쇄(셧다운)의 최대 수혜자는 결국 중국이라고 지적했다.

정치분석가 페페 에스코바는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영향력을 급속히 확대하는 중국이 이탈리아제 최고급 스포츠카 람보르기니로 쌩쌩 달리는 반면 미국의 아시아 회귀 정책은 고장이 잘 나고 덜컹거리는 미국차 쉐보레 신세라고 비판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4일 아시아 회귀가 셧다운 디봇(Divot골프장에서 움푹 파인 곳)에 빠졌다고 일침을 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의 대타로 APEC 정상회의, 동아시아정상회의(EAS) 일정을 소화하는 존 케리 국무장관은 이 같은 비난을 의식한 듯 5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APEC 각료회의에서 미국은 아시아에 대한 책임과 약속을 이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5일 오바마 대통령이 개별 아시아 국가 방문은 포기하더라도 APEC 정상회의는 참석했어야 했다며 순방 취소로 아시아 회귀 정책이 3가지 외교적 손실을 감수해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고 분석했다.

우선 중국과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회원국 간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서 미국은 레버리지(지렛대)를 잃게 됐다. 아세안과의 군사적 결속을 강화하며 이들을 지지해 왔던 미국은 이번 대통령 순방 취소로 중국이 영토분쟁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진전시키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중국은 아세안 10개 회원국 중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4개국과 영토분쟁 행동강령 논의에 합의하며 협상 주도권을 확보해가고 있다.

둘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협상 동력을 잃게 됐다. 처음부터 TPP 협상에 미온적인 아세안 국가들을 설득할 기회를 상실하고 중국과 아세안 간의 자유무역협정을 진전시킬 기회만 제공했다는 것.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APEC 정상회의에 앞서 인도네시아를 방문해 2020년까지 아세안과의 무역 규모를 1조 달러(약 1071조 원)로 확대하고 인프라 투자은행 설립을 약속했다. 마지막으로 오바마 대통령은 미얀마 캄보디아 말레이시아 등 인권 취약 국가의 인권과 민주주의 문제를 거론하며 중국의 최대 약점인 인권을 간접 비판할 기회를 상실하게 됐다.

이와는 대조적으로 시 주석은 부인 펑리위안()까지 동반해 APEC 정상회의 최고의 스타로 부상했다. APEC 회의 참석에 앞서 중국 지도자 사상 최초로 인도네시아 의회에서 연설하고 인도네시아 금융위기를 막기 위해 150억 달러 통화 스와프에 합의하는 등 연달아 통 큰 거래를 성사시키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일각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 취소가 대()아시아 정책의 결정적 위기는 아니다는 반론이 나오고 있다. 조슈아 컬랜직 미 외교협회(CFR) 연구원은 아시아 국가들이 오바마 순방 취소의 이유를 이해하고 있으며 아시아 회귀 정책이 폐기된 것은 아니라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수년간 중국과 동남아 국가 간 관계가 크게 악화됐기 때문에 중국의 일시적 화해 제스처로 회복되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있다. 이와 관련해 마티 나타레가와 인도네시아 외교장관은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끝나자마자 아세안은 중국에 의해 좌우되지 않고 중국 앞에서 단결할 것이라며 중국과 아세안의 관계 강화를 경계했다.

워싱턴=정미경 특파원 micke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