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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아스텍 타이거 멕시코

Posted February. 02, 2013 0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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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와이어드지() 편집장 출신인 크리스 앤더슨이 3년 전 샌디에이고에 3D로보틱스라는 벤처기업을 차렸다. 민간인용 무인정찰기 드론을 만든다. 무기는 아니고 장난감보다는 훨씬 진짜 같은 DIY(손수제작)용품이다. 문제는 싼 인건비와 괜찮은 기술로 무장한 중국의 도전. 중국에 공장을 둔 아웃소싱으로는 벅찼다. 해결책은 멕시코였다. 샌디에이고에서 차로 20분 거리인 멕시코의 티후아나에 공장을 세워 퀵소싱(quicksourcing)을 시작했다. 몇 달씩 걸리던 주문-생산-유통 기간이 놀랍도록 단축됐다. 멕시코가 뉴 차이나(New China)다! 최근 뉴욕타임스에서 터뜨린 앤더슨의 감탄이다.

앤더슨 같은 미국인 덕에 멕시코가 최근 해외 투자자들의 새로운 애인으로 떠올랐다. 작년 19월 유치한 외국인직접투자(FDI)가 브라질보다 5배나 많다. 작년 성장률은 4%. 세계 최대 자산관리사인 블랙록의 최고경영자(CEO) 래리 핑크로부터 믿을 수 없는 성장 스토리라는 찬사를 들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멕시코의 신용등급을 BBB로 올리는 것을 고려 중이다. 브라질이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 대통령 아래 연 5% 이상 성장하며 남미의 맏형으로 크는 동안 마약과 폭력으로 실패국가 직전까지 갔던 멕시코로선 엄청난 변화다. 대체 멕시코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해답은 작년 12월 1일 취임한 엔리케 페냐 니에토 대통령이라고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는 말한다. 그는 작년 7월 당선인 신분 때부터 변화의 선두에 섰다. 개혁조치를 통해 정치 경제가 보다 생산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천명한 뒤 취임식 당일 재벌이 독점해온 텔레콤과 국영석유기업 페멕스를 시장에 개방하고, 교육 및 세제를 개혁하는 등 95개의 국가개조 프로젝트를 선언했다. 그러고는 24시간도 안 돼 주요 정당 대표들을 모아 멕시코를 위한 협약에 서명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과감하게 전임 우파정부의 재정장관을 외교장관으로, 전 좌파야당 대표를 사회개발장관으로 영입했다. 지긋지긋한 부패와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겠다고 다짐한 건 물론이다. 멕시코가 아스텍 타이거로 거듭나 기지개를 켠 것이다.

우리나라도 한때 아시아의 타이거로 불렸다. 아일랜드는 2000년대 켈틱 타이거로 불렸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충격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멕시코의 활기는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우산 아래 20년간 다져온 수출 확대와 산업구조 고도화의 덕일 수 있다. 공교롭게도 아스텍 타이거라는 찬사가 나온 직후인 지난달 31일(현지 시간) 페멕스 본사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했다. 불길을 딛고 진짜 타이거 같은 멕시코로 부활하기를 기대한다.

김 순 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