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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대기업 목 졸라 표 얻기의 후유증도 생각해야

[사설] 대기업 목 졸라 표 얻기의 후유증도 생각해야

Posted October. 13, 2012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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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규정된 경제민주화는 소득 불평등과 양극화를 해소하고 한국 사회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선결과제다. 강자가 약자 위에 군림하는 불공정한 시장을 바로잡고 시장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한 정부 개입을 정당화하는 근거다. 하지만 대선을 앞두고 민심의 감수성을 자극해 표를 얻기 위한 바람몰이식 대기업 때리기 경쟁은 경제민주화의 본질을 벗어나 국민 경제적 후유증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에 우려스럽다.

민생은 경제성장의 과실을 먹고 산다. 경제민주화의 초점을 대기업 때리기에만 맞추면 경제는 위축되고 밑바닥 서민의 삶은 힘들어진다.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대기업이 무너지면 근로자의 소득도, 이들이 쓰는 소비에 의존하는 영세 상인과 중소기업인들의 삶도 팍팍해질 것이다.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신속하게 회복하고 국가신용등급이 일본보다 우위에 선 것도 해외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전한 대기업들의 성과와 탄탄한 신용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무소속 안철수 대선후보는 12일 대통령 직속 재벌개혁위원회를 설치하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전날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선후보도 재벌이 경제민주화의 걸림돌이라며 신규 순환출자를 금지하고 기존 순환출자도 3년 내 해소하도록 하는 내용의 재벌개혁안을 발표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 측은 대기업의 불공정 거래 개선과 신규 순환출자 금지와 같은 대기업 지배구조 개혁 방안을 매만지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중앙선대위원회 총괄본부장은 부유세() 신설의 필요성까지 거론했다.

여야 대선후보가 금지하려는 순환출자는 일본은 물론이고 프랑스 독일과 같은 유럽 국가에서도 허용되는 제도다. 대기업들이 기존 순환출자를 해소하자면 수십조 원을 쏟아 부어야 한다. 투자와 일자리 창출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다. 프랑스와 같은 유럽에서도 부유세가 땀과 노력으로 얻은 대가에 세금을 과중하게 매겨 자본과 인력을 몰아낼 수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안 후보의 재벌개혁위원회는 경제 검찰인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는데 시장과 정책의 혼선을 빚을 수 있는 옥상옥의 위원회를 또 만들자는 것인지 걱정스럽다.

경제민주화 논의의 폭도 넓혀야 한다.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할 기회를 주지 않는 기득권 노조의 횡포를 막는 것도 경제민주화다. 규제로 무장한 관료의 부당한 횡포로부터 시장 경제와 민생()을 지키는 일도 소홀히 할 수 없는 경제민주화의 본령()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경영대학원 라파엘 아미트 교수는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기고한 한국의 재벌과의 값비싼 전쟁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대선후보의 대기업 때리기와 같은) 인기영합적 움직임이 역효과를 부를 것이라며 황금 알을 낳는 거위를 죽일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치권의 표 몰이에 집안의 기둥뿌리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 받아들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