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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과 방패 아닌 양날의 칼

Posted August. 11, 2005 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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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례 1

한국통신보안은 순수 국내기술로 2001년 유무선 레이저 도청감지신호 전송장치(모델명 R5000)를 개발했다. 이 장치는 일정한 구역 안에서 도청장비가 작동하면 바로 보안업체의 관제센터로 신호를 보내 도청 사실을 알려주는 최신 도청방지시스템. 한국통신보안은 지난해 초 호주의 한 보안업체에 이 장치를 수출키로 했다. 하지만 뜻밖의 문제가 생겼다. 때마침 호주 정보기관에 국제테러단체인 알 카에다의 조직원이 호주에 잠입했다는 첩보가 입수됐다. 호주 정부는 만약 알 카에다가 R5000을 손에 넣으면 감청을 할 수 없어 테러 수사에 방해가 된다며 이 장치의 수입을 금지했다. 한국통신보안은 현재 호주 정부를 상대로 수입금지 취소 소송을 벌이고 있다.

#사례 2

권모(41) 씨 등 3명은 올 5월 서울 양천구의 한 아파트단지 앞 오피스텔에 사무실을 내고 400만 원짜리 고성능 광대역수신기 1대를 설치했다. 이들은 이 수신기로 반경 500m 내 가정용 무선전화기를 자유자재로 엿들었다. 이들은 주부 2명의 불륜 사실을 알아냈고 이들로부터 6500만 원을 뜯어냈다가 최근 구속됐다. 통신장비의 주파수를 잡아내 실시간 도청이 가능한 광대역수신기는 도청기를 찾아내는 데도 널리 쓰이는 장비다. 한 감청탐지업체 관계자는 허락된 주파수가 아닌 주파수가 감지되면 도청장비가 설치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 같은 주파수를 찾아내는 데 광대역수신기가 유용하다고 말했다.

이처럼 도청방지기술과 도청기술은 양날의 칼이다. 도청방지기술이 테러집단이나 국가전복세력 등 공공의 적에게 유출되면 정보수사기관의 합법적인 감청활동이 무력화될 위험이 있다.

2003년 2월 팬택&큐리텔이 통신 내용을 보호하는 휴대전화 비화()폰을 개발했다고 발표하고도 출시하지 않았다. 국가정보원이 합법적인 감청을 방해하는 기술은 문제가 있다며 압력을 넣었기 때문이라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도청방지기술이 도청기술로 악용될 소지도 적지 않다.

특허청에 따르면 도청장비를 탐지하는 기술과 관련된 국내 특허 및 실용신안 출원은 모두 96건. 이 가운데 주파수를 찾아내거나 음성수신 여부를 확인하는 기술 등은 얼마든지 도청기술로 역이용될 수 있다.

이 때문에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7월부터 감청설비탐지업에 대해 등록제를 시행하고 있다. 현재 국내에 등록된 감청탐지업체는 모두 13곳. 정보통신부 산하 중앙전파관리소는 수시로 이들 업체를 방문해 운영 장비와 직원들의 자격증 소지 여부 등을 점검한다.

한 감청탐지업체 관계자는 활동상황이나 연구내용 등을 너무 상세하게 정부에 보고해야 하기 때문에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며 불만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 이종태() 실장은 도청방지기술이 역이용되거나 합법적 감청활동을 방해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국가안보 차원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관련 업계에 대한 통제는 불가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