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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도 사실상 도청 계속

Posted August. 08, 2005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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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통신비밀보호법(통비법)의 허점 때문에 지금도 사실상 도청으로 볼 수 있는 편법 감청이 계속되고 있다는 증언이 나왔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 도청을 했던 부서인 국가정보원 과학보안국장을 지내고 최근까지 국정원 간부였던 A 씨는 6일 지금도 감청할 필요가 없는 사람이 감청 대상에 포함돼 있으며, 이런 대상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A 씨는 이날 본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통비법상 정보기관은 사후에 감청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보해야 하고, 그런 절차를 거쳐야 감청 대상에서 제외된다며 하지만 감청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보해 줄 정보기관이 어디 있겠느냐고 말했다.

A 씨는 감청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보하지 않고 감청 영장 집행기간을 계속 연기하면, 한 번 대상에 포함된 사람은 감청의 필요성이 없어졌더라도 계속 감청을 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이 당사자의 반발을 우려해 감청 사실 통보 등의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편법 감청을 계속해 왔다는 것. 이에 따라 사실상의 도청을 가능하게 하는 통비법 조항을 개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A 씨는 감청 장비 폐기 직전까지 도감청 대상은 정적() 등 정치권 인사가 많았지만 사회 전반에 걸쳐 이뤄졌다고 보면 된다며 도청 내용은 국내담당 차장과 대공수사실장 등에게 수시로 보고됐다고 말했다.

그는 원장 등 고위 간부들에게는 도청 내용 전부가 아니라 필요한 부분들을 모아서 합친 첩보 보고서 형식으로 올라갔기 때문에 제3자가 볼 때에는 도청 자료인지 알 수가 없다고 덧붙였다.

국정원이 2002년 3월 감청 장비를 폐기한 이유에 대해 A 씨는 2001년 12월 개정된 통비법이 이듬해 3월 시행됨에 따라 신규 장비는 물론 기존 장비까지 모두 국회 정보위원회에 신고해야 했다며 기존 장비를 신고할 경우 도청 사실이 드러나기 때문에 할 수 없이 폐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A 씨는 또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정치에 휘둘려서는 안 되겠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였다며 당시 관련 정보가 자꾸 야당에 새나가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감청 장비를 폐기할 당시 직원들의 반발이 있었으나 국회에서 만장일치로 통비법이 통과된 시점에서 다른 방법이 없다고 설득해 폐기할 수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국가안전기획부 때 도청을 전담했던 미림팀은 대공부서에서 운영했던 것으로 과학보안국과는 전혀 다른 조직이라며 김대중 정부에 미림팀과 같은 조직은 없었다고 말했다.



동정민 정원수 ditto@donga.com needjung@donga.com